SK(003600)텔레콤이 지난해 4월 ‘차세대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혁을 선언한 지 약 1년이 됐다. 사업 영역 다각화와 조직 재편을 추진해 온 가운데, 장동현 사장은 최근 “1년을 돌아보면 방향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이 정도 속도로 글로벌 경쟁이 될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고 밝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생활가치 ▲미디어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3대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CJ(001040)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 SK플래닛 사업재편 효과 등에서 주요 행적이 남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4월23일 기자 간담회에서 ‘3대 차세대 플랫폼 혁신’ 전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SK텔레콤
플랫폼, 가입자를 끊임 없이 모여들게 하는 곳
플랫폼은 다양한 고객군 간의 거래를 촉진해 신규 가치를 창출하는 중개 수단으로서, 가입자와 이용자를 끊임없이 모여들게 하고 락인(Lock-in) 효과를 발휘한다. 이동통신(MNO) 사업에서 가입자 포화에 직면한 SK텔레콤이 플랫폼으로 눈 돌린 이유다.
SK텔레콤은 “네트워크 진화로 대용량 멀티미디어 스트리밍, 클라우드 기반 N스크린, 고화질 위치 기반 서비스 등 다양한 플랫폼 사업 기회가 존재한다”며 “초기에 가입자와 트래픽을 확보하고 광고·커머스를 연계해 수익을 실현하는 플랫폼 사업 속성을 고려할 때, 광고·커머스 시장의 최근 성장세는 기회 요인”이라고 말했다.
일본 2위 통신사인 KDDI는 최근 실적에서 ‘au 스마트 패스’, ‘au 월렛’, ‘au 숍’ 등의 플랫폼 서비스가 주축인 ‘밸류 서비스’ 부문에서 564억엔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플래닛의 시럽페이, 시럽월렛 등은 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KDDI의 이같은 성적은 국내 통신사의 플랫폼 사업도 기대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생활가치 플랫폼 ‘범 서비스’…미디어는 ‘CJ헬로비전’ 관건
SK텔레콤의 생활가치 플랫폼은 펫, 키즈, 가족, 교통 등 범 서비스 군을 아우른다. 고객 소비 시간이 많은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빠르게 파악해 생태계를 구성하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1년 간 T펫, T전화 2.0, 라이프웨어 브랜드 UO, 태블릿 내비게이션 T2C 등을 출시·론칭하며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 ‘통합 교통 서비스(TTS)’ 사업본부를 신규 설립했듯 시장성이 큰 세부 영역에는 보다 힘을 싣는다. 카카오톡 등에 빼앗긴 메신저 서비스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RCS(Rich Communication Suite) 메시징 플랫폼’도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미디어 플랫폼에서 본격적인 공격 태세를 갖추려면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전일 SK브로드밴드는 합병법인의 콘텐츠 산업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정부 승인 심사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측이다. 이에 앞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핫질’과 ‘옥수수’를 차례로 선보이며 이용자 데이터 축적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아울러 지난해 6월 IoT 통합 플랫폼 ‘씽플러스(ThingPlug)’를 오픈하고, 가전사, 건설사 등과 스마트홈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조직·자회사 재편에 박차
SK텔레콤은 플랫폼 전략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해 3월 SK브로드밴드 100% 자회사 편입을 발표하며 향후 미디어·유선 사업부문의 중요성을 암시했다. 이후 10월 CJ E&M(130960)과 영상 프로그램 공동 투자를 발표한 지 한 달 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계획을 알려 충격파를 던졌다.
연말 조직개편에서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는 SK텔레콤의 신설된 미디어부문장을 겸하게 됐다. 또 MNO총괄과 플랫폼총괄 조직이 사업총괄로 통합되고, 생활가치·미디어·IoT 플랫폼 사업조직 등을 산하에 뒀다. 기존의 마케팅부문은 생활가치부문으로, 기업솔루션부문은 IoT서비스부문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자회사 SK플래닛은 지난해 SK브로드밴드로 VOD 서비스 ‘호핀’을 넘긴 데 이어, 올해 플랫폼 사업도 인적분할한다. SK텔레콤은 플랫폼 사업을 전담할 ‘SK테크엑스’와 앱·콘텐츠 마켓을 맡을 ‘원스토어’ 별도법인을 이달 설립했으며, 오는 4월 위치기반서비스(LBS) 사업조직도 SK플래닛으로부터 분할합병할 예정이다.
증권가는 대체로 SK텔레콤의 사업 재편으로 인한 성장 잠재력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으나 아직은 수익성 등 구체적 지표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장동현 사장은 각 서비스의 현금 흐름(Cash Flow) 창출력을 강조해 왔다. SK텔레콤이 플랫폼 그물에 가둘 고객 기반을 얼마나 빨리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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