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 보험과 카드사 경영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문 경영인보다 모회사 임원 배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계열 보험사와 카드사에 은행 임원 챙겨주기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은 지난해 KB국민카드 CEO로 윤웅원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을 선임했다.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등 지주와 은행의 재무, 전략, 경영관리 등을 두루 거친 전략통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카드사에 근무한 경험은 전무하다. KB지주에 따르면 윤 대표는 CFO 시절 계열사의 업무를 총괄했기 때문에 카드업에 대한 이해는 충분히 있다는 입장이다.
KB지주에 편입 후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KB손해보험도 은행 출신 CEO를 선임했다. KB손보는 편입 이후 김병헌 전 LIG손해보험 대표 체제를 6개월간 유지했지만, 지난해 양종희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을 내정자로 결정했다. 양 신임대표는 오는 18일 열리는 주주총회가 끝나면 KB손해보험 대표로 취임하게 된다.
양 내정자 역시 보험 경험이 전무한 KB은행 출신이다. 그는 2013년 12월 상무로 승진한 지 불과 1년 만에 전무와 부행장 등을 건너뛰고 파격적으로 부사장 자리에 올라 일찌감치 윤종규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받아왔다.
특히 KB손보의 경우 본격적으로 KB금융 출신으로 물갈이가 시작됐다. 양 내정자는 사장에 내정된 뒤 처음 실시한 인사에서 전영산 KB국민카드 VIP마케팅부장을 KB손보 고객부문장 상무로 선임했으며 허정수 경영관리부문장(CFO) 부사장, 신현진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상무, 조태석 방카슈랑스본부장 상무대우, 최창수 해외사업본부장 등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출신 인사 4명이 요직을 맡고 있다.
하나지주 역시 하나생명과 하나카드에 은행 출신 CEO를 배치했다. 특히 하나지주는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인물들을 적절히 배치했다. 비은행 계열사 CEO로 내정된 정수진 하나카드 대표 후보는 옛 하나은행 출신이며 권오훈 하나생명 대표 후보는 외환은행 출신이다.
권오훈 후보는 외환은행 출신으로 통합 KEB하나은행 출범을 앞둔 2014년 말 외환은행에서 유일하게 승진한 부행장이다. KEB하나은행에서는 해외사업그룹 부행장과 지주 글로벌전략실 부사장을 겸직했다.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후보는 김정태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 직후 부행장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핀테크 분야에 정통한 정 후보는 하나저축은행 사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다시 하나카드 사장을 맡는 등 그룹 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CEO다. 두 사람 역시 보험과 카드 경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과 카드 등 비금융 계열사에 은행 출신 CEO가 오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보험과 카드의 상황이 최악이라는 것이다. 보험의 경우 초저금리라는 최악의 외부환경과 IFRS 2단계 도입이라는 큰 이슈가 있다. 특히 보험의 경우 같은 금융이지만 은행과는 영업방식은 물론 수익구조까지 달라 보험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회사를 이끌어 나가기가 어렵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과는 영업방식은 물론 수익구조까지 다른데 보험 경험이 전무한 대표를 이해시키려면 적어도 몇 달이 걸린다"며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내실이 중요해지는 상황이지만 새로운 대표에게 단기적인 성과를 포기하고 장기적 내실을 선택하라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양종희 KB손보 대표 내정자, 윤웅원 KB카드 대표, 권오훈 하나생명 대표 후보, 정수진 하나카드 대표 후보 사진/각사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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