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미분양 통계..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2016-03-06 11:00:00 2016-03-06 11:00:00
[뉴스토마토 한승수 기자] 숫자는 거짓말을 안하지요. 숫자에 거짓이 있다면 이를 다루는 사람들의 장난이겠죠. 이 때문일까요?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미분양 자료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는데요. 미분양이 감소했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 사람들은 왜 믿지 않을까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주택은 6만606가구로 전월보다 1.5% 감소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3만2221가구에서 11월 4만9724가구, 12월 6만1512가구로 급증세를 보이던 미분양이 소폭 감소한 것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국토부는 이례적으로 주택국장이 직접 나서 미분양 증가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만들 정도로 미분양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감소세로 전환되자 시장이 너무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는 듯 설명을 했죠.
 
분명 숫자로 보이는 미분양 추이는 분명 고비를 넘긴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투자자 등 시장 관계자들은 상당수가 이를 믿지 않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숫자가 누구로부터 나왔냐는 것이죠. 미분양 통계의 시작점은 공급자인 건설사 또는 시행사입니다. 이들이 미분양을 집계해 지자체에 넘기고, 지자체는 국토부에 이를 전달합니다. 국토부는 전국 미분양을 취합해 매월 말 발표합니다.
 
조사 자체를 공공기관에서 하지 않고 판매자가 합니다. 시장에 집이 넘친다는 시그널이 전달되면 당연히 소비자는 지갑을 닫게 됩니다. 그렇다면 판매자가 숫자를 가지고 장난을 칠 가능성은 없을까.
 
서울시 미분양 자료를 확인해 보면 지난 12월 뜬금없이 266가구의 신규 미분양이 발생했습니다. 이상한 것은 2014년 3월 분양한 아파트가 갑자기 미분양으로 나타난 것이죠. 확인을 해봤더니 처음부터 미분양이 있었는데 시행사에서 지자체에 정보 전달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판매자이자 미분양 통계의 첫 조사자인 건설사와 시행사는 언제든 이런 장난을 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주택담보대출 심사, 분양보증 심사 강화로 아파트 장사판이 난장판이 되고 있는 마당인데…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죠.
 
지난 2009년 전국 미분양은 16만가구가 넘었죠. 역대 최고량인데 이를 표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설 관계자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건설사가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고 숨겨놓은 물량을 포함하면 25만가구가 넘을 것이라는 것이 통설이었죠.
 
고양이에게 맡긴 생선을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여도 될까요? 인허가, 착공, 분양, 미분양 등 각 종 공급지표 중 미분양은 현재의 시장 분위기를 가장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정보입니다. 오래 전부터 미분양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문제화됐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적 강제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시장이 가장 궁금해 하지만 건설사가 가장 공개하기 싫어하는 계약률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시장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는 나올 수 있을까요?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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