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정상적인 연내 출범이 무산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전산 시스템 준비도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이같은 우려에 힘이 실리고 있다.
3일 대부업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 금융위원회가 그동안 추진한 금융개혁 관련 법안 대부분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4월 총선 전후로 열릴 가능성이 있는 임시국회에서 이 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19대 국회 만료와 함께 폐기된다.
이런 경우 20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다시 제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대외적으로 "오는 7월까지는 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고 했다.
하지만 4월 총선 이후 국회 원 구성을 거치고 6월쯤 상임위원회가 꾸려진 뒤인 8~9월이 돼야 개정안을 다룰 국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4월 임시국회가 19대 국회에서는 마지막 기회인데, 이게 무산되면 20대 국회 개원 후 계속 '트라이'(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식적으로도 내년 초 출범이 어렵다는 인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1월 업무계획을 발표할 때 인터넷전문은행을 4분기 내 출범한다고 했으나, 2월 말 '금융개혁 추진위원회 안건 보고서'에는 "4분기~내년 초에 영업할 예상"이라고 썼다.
은행법 개정안은 금융위원회 스스로 '핀테크의 핵심과제'로 꼽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을 위한 법안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도입 근거는 물론 최저 자본금을 시중은행의 4분의 1 수준인 250억원, 산업자본(비금융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기존 10%에서 50% 이내로 완화해 ICT 기업이 이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개정안 통과 불발로 금융회사가 사업을 주도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ICT 메기'가 금융판에 뛰어들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한다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취지가 완성되기 어렵다는 우려다. 카카오뱅크의 경우만 봐도 주도업체인
카카오(035720)의 지분은 10%(의결권 4%)에 불과하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은 단순히 은행 하나가 더 생기는 게 아니라 IT기업이라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금융판에 들어와 메기 역할을 하면서 금융혁신을 촉진하라는 의미"라며 "그걸 제대로 하려면 IT기업이 주도하는 경영 환경이 마련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군다나 금융위는 개정안이 통과된 뒤에 2~3개 인터넷전문은행을 더 인가할 예정이어서 새로운 메기의 추가 등장도 어렵게 됐다.
사업자들이 은행 전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본인가 신청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는 점도 연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포 없이 스마트폰 등 비대면으로 서비스하는 은행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로는 최초이므로 뚝딱 만들 수 없는 데다 더욱 안정적인 운영까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올해 안에 출범할 목표지만, 언제까지 전산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말하기는 어렵다"며 "비대면에 최적화한 은행 전산 시스템을 처음 구축하는 개념이라서 고민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도 "사업자들이 빠른 출범보다 더 안정적이고 완벽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보안 사고 등 문제가 발생해 신뢰를 잃었을 때 사업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크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카카오 뱅크의 다음 카카오 제주 본사(왼쪽)와 K뱅크의 KT 광화문 본사.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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