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현재의 누리과정, 국민은 뒷전이다
2016-02-02 10:10:48 2016-02-02 10:11:36
최근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만3세~만5세의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 뜨거운 이슈가 되었고, 자녀가 누리과정과 관계없는 국민에게도 복지라는 개념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공약으로 누리과정의 대상을 만 5세에서 만3세~만5세로 확대하였다. 이미 현 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에 누리과정의 대상이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그렇다면 누리과정의 문제는 무엇이고, 누리과정이 생기면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누리과정 재원의 문제로 매해 반복되는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 대타협 기구를 설치하여야 한다. 정부는 지방재정교부금, 지자체 전입금, 지방채, 기타 자체수입 등에 누리과정 예산이 다 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교육청은 2013년 이후에 교부금 및 전입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므로 교육청의 부채는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서로의 주장이 숫자로 보면 다 옳다. 그러나 한 쪽에서 지방채도 재원의 일부라고 보고 있는 것이고, 한쪽에서 지방채는 부채라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땜질 형태로 매해 지방채를 통해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문제이다. 처음부터 정부가 잘못한 것은 중기지방교육재정을 전망할 때, 경상성장률 전망을 잘못해서 생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내국세의 20.27%만큼 지방재정교부금으로 쓰이고 있는데 누리과정 예산이 문제가 발생한 이유가 중기전망이 틀렸기 때문이다. 현재의 잠재성장률을 고려하면 예전과 같은 높은 성장률은 상당히 어렵다. 그렇다면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하여서는 지방채 발행과 교부율 변화 두 개를 놓고, 선과 후를 정하고 협의점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누리과정과 관련이 있는 교육부, 교육청,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부모 대표가 모여 대타협 기구를 설치하여 의논하면서 예산 편성문제나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둘째, 누리과정과 관련된 정책실패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정책실패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교육청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관리의 편의를 위해 예산을 다 주었다고 하기 전에 현장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누리과정을 하면서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게 어린이집 비용과 유치원 비용이 상승하였다. 굳이 교육부가 발표하는 통계를 대지 않아도, 2011년에 비해 정부가 누리과정을 도입하고 나서 교육비용은 매우 증가하였다.
 
즉, 누리과정에 보내지 않고 가정양육을 하면 양육수당을 받게 되는데, 누리과정을 보내면 양육수당은 없어지는 대신에 누리과정에 정부가 예산지원을 하게 된다. 따라서 누리과정이 생기기 전보다 비용이 줄거나 물가상승률 정도 올라야 하는데, 정부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예산을 그대로 집행하기 때문에, 각 가정의 어린이집 비용과 유치원 비용은 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리과정 전 비용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금액보다 훨씬 늘어나 있다.
 
여기에 정부와 교육청이 재원 문제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게 되면, 교육비용은 그 이전에 비해 수십 퍼센트 늘어나 있을 것이다. 즉, 비용을 정부가 그만큼 올려놓은 것이다. 따라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된다. 또한, 자녀가 1명일 때와 2명 이상일 때는 비용이 매우 차이가 나게 된다. 이렇게 정부가 아이들을 볼모로 하고 있는 사이에 출산율은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
 
셋째, 누리과정에 들어갈 수 없는 가정을 위하여 대안을 제시하여야 하며, 이는 고용률과 직결된다. 현 정부의 목표 고용률은 70%이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누리과정 정책으로는 절대로 이룰 수 없다. 여자의 고용률은 살펴보면, 전 연령대에 70%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20대가 60.3%, 30대가 57.2%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게 나타난다. 30대에 고용률이 이렇게 낮은 이유가 바로 육아이다.
 
현재의 30대 여성이 자녀를 출산한 후에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려면 외부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의 동네 어린이집이나 사립유치원도 3대가 덕을 쌓아야 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가족들에게 맡기거나 육아도우미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육아도우미의 비용은 어떨까. 정부가 지하경제인데도 불구하고,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육아도우미 비용도 양육수당이나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상당히 심각하게 가격이 상승하였다.
 
따라서 안심하고 아이들 양육할 수도 없으며 비용도 엄청나기 때문에 차라리 노동시장에 재진입하지 않고, 육아에 전념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는 고용하고 있는 도우미에 대해 정보를 올릴 수 있어야 하고, 정부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이력제를 공급자와 수요자가 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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