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신유미 기자] 금융감독원이 신한투자증권 라임 펀드 판매 직원들에 대해 징계에 착수한 가운데 신한투자증권 노동조합이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주목되는 것은 회사 방침을 대부분 수용해온 노조는 이례적으로 회사에 반발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도 외부에는 알리기 꺼리고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이처럼 비밀스러운 1인 시위에 의아해하는 한편 회사 내부에서는 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신한투자증권지부의 김승일 지부장은 이달 초 금감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습니다. 김 지부장은 '사기는 운용사가 쳤는데, 왜 책임은 애꿎은 직원들이 지는 거냐, 판매 직원은 잘못이 없다,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시켰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점심시간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지난달 말 금감원이 라임 펀드를 판매했던 직원들 4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인사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을 신한투자증권에 전달하자 이에 반발하며 1인 시위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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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회사로부터 이같은 내용을 전달받고, 회사를 비판하며 직원들을 보호하지 않을 시 총파업을 단행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노조는 이달 초 성명서를 통해 "경영진의 판단 착오와 무리한 판매 정책으로 벌어진 사태다. 어떠한 일말의 반성도 없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직원들만 옥죄고 있다. 회사 내 각 그룹, 부서 어느 한곳도 일하고자 하는 의지도 희망의 응원도 없다, 오로지 패배의식만이 팽배하다"고 회사를 비판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1인 시위 경위와 노조의 입장에 대해 듣고자 김승일 지부장에 연락했지만 "이제 안 합니다. (시위) 끝났어요. 하고 싶은 얘기 없습니다"라며 끊어버렸습니다.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도 의견이나 주장에 대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대중의 관심과 공감을 받기 위해 선택하는 시위 방식입니다.
금감원의 직원 제재 요구를 수용하려는 회사 비판용 1인 시위를 진행됐음에도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쉬쉬하려는 소극적인 태도에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이상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룹니다. 시위자의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시켜 여론을 형성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1인 시위를 대중이나 언론, 관련 기관에 알리길 꺼리는 것이 애초 1인 시위 취지와 모순된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부에 알리지 않는 1인 시위는 처음 본다"면서 "직원들에게 보여주기용 1인 시위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오는 9~10월, 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노조의 활동을 노조원들에게 보여주려는 행위라는 해석입니다. 내부의 한 직원은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거나 직원들의 권익을 해칠 때 노조가 나서줘야 하는데, 이 집행부는 항상 회사 방침에 동조하고 묵인해왔다"면서 "회사가 이렇게 된 데에 노조가 제대로 된 감시 역할을 못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 사옥. (사진=신한투자증권)
이보라·신유미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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