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행보' 롯데케미칼, 재무·포트폴리오 '이중불안'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석유화학 의존도도 과제
2016-01-31 15:21:23 2016-01-31 15:21:23
[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롯데케미칼이 굵직한 인수합병(M&A)과 투자 등 큰 손의 행보를 보이며 롯데그룹의 간판으로 도약하겠다는 다짐이다. 다만 재무안정성과 석유화학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 등 풀어야 할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시장의 우려는 최근 국내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9일 롯데케미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 검토' 대상으로 분류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28일 열린 '크레딧 이슈 점검' 세미나에서 국내 석유화학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삼성SDI 케미칼부문과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지분 49%)을 각각 2조5850억원, 4650억원에 인수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9월까지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프로젝트에 3억3800만달러(한화 약 4070억원) 투자를 마쳤으며, 올해 2월까지 여수 C5 모노모 분리사업에 1400억원, 대산 콘덴세이트 스플리터 증설에 1920억원 등을 투자한다. 또 내년 초 여수 특수고무 공장 증설에 1405억원, 말레이시아 LC타이탄 증설에 3000억원을, 2018년 2월까지 미국 에탄분해설비(ECC) 및 모노에틸렌글리콜(MEG) 프로젝트에 총 2조9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이 이처럼 국내외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자 신용평가기관 및 업계 내에서는 재무안정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기본적으로 투자 규모 자체가 큰 데다가, 삼성과의 빅딜 및 미국 ECC 프로젝트에 업계 예상보다 무리하게 큰 액수를 쏟아부었다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당초 미국 엑시올과 ECC 합작사업을 진행할 당시 5대 5 지분율로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 9대 1로 계약이 체결됐다"며 "삼성SDI와 삼성정밀화학을 너무 비싸게 샀다는 평가에 이어 이번 ECC 투자 역시 지분율을 지나치게 높이며 위험부담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에 대한 높은 의존도 역시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국내 경쟁업체인 LG화학은 2차전지 및 바이오,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사업에 활발한 반면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을 제외한 이렇다 할 신규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업황 침체시 큰 부진을 겪을 수 있다는 리스크가 됐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재사업의 성숙화와 중국기업의 성장속도를 볼 때, 차별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사업의 육성이 시급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범용 의존도가 높아 실적 변동성이 내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본사 전경.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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