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사 BBC가 일부 TV채널을 폐쇄하고 VOD 기반의 온라인 전용채널로 전환키로 해 올드미디어 진영에 충격파를 던졌다. 시장 흐름 대비 성급한 결정이라는 반론도 거세지만, 방송사들의 온라인 채널화를 앞당길 기폭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BBC는 오는 2월부터 젊은 시청자를 주 타깃으로 하는 BBC3 채널을 자사 VOD 서비스인 아이플레이어(iPlayer) 기반의 온라인 전용채널에서 서비스한다. 기존 TV채널은 3월 경 송출이 중단될 전망이다.
이같은 결정은 크게 ‘비용 감축’과 ‘미디어 환경 변화’에 기인한다. 2014년 이 계획을 처음 제안했던 토니 홀(Tony Hall) BBC 총괄이사는 “고품질 드라마와 예술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아이플레이어의 성능 개선을 위한 비용 마련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방송사들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병행하며 콘텐츠 요금과 디지털 광고를 신수익원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기존 TV광고와 재전송료 수익 감소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 파격적인 채널 전환으로 BBC는 5000만~6000만파운드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미 젊은 층의 시청 패턴은 TV에서 온라인으로 대폭 옮겨갔다. 대다수 시청자가 소비하는 콘텐츠 플랫폼이 아직 TV방송이라는 점에서 BBC 결정이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비한 실험적인 행보임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국내의 전통적 미디어 강자들도 수익성 악화와 환경 변화에 따른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 지난 2014년 전체 방송광고시장 규모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상파 3사의 광고매출은 전년 대비 6,8% 줄었다.
이에 유료방송 플랫폼과 콘텐츠 재전송료 및 VOD 수익을 둘러싼 수싸움이 치열하다. 또 비지상파 콘텐츠의 영향력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방통위 설문 결과 CJ 계열의 채널 제공이 중단될 시 50.7%의 응답자가 서비스를 바꾸겠다고 밝힌 것에 비해 KBS 계열에 대한 해당 응답률은 34.1%에 그쳤다.
아울러 이용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매체 중요도 면에서 스마트폰(46.4%)이 TV(44.1%)를 처음으로 앞섰다. 젊은 층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필수매체로 선택한 40대 이상 비중도 최근 3년 간 큰 폭으로 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BBC 사례를 국내 방송시장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수신료 재원이 대다수여서 TV채널을 상대적으로 쉽게 포기할 수 있는 BBC와 달리 지상파 3사는 70% 이상의 재원을 TV광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BBC는 이미 아이플레이어로 온라인 서비스 기반을 다져놓은 데다 재원 구조가 우리와 달리 여유가 있다”며 “국내의 경우 지상파 중간광고 규제 등이 해소돼 재원이 충당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박사는 BBC 사례가 타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BBC의 결정은 온라인 플랫폼의 혁신적 비전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내린 소극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다만 정 박사는 “채널 전환 이후 젊은 층의 이용률이 증가하는 등 의미 있는 결과가 산출된다면 주목해야 한다”며 “그때는 기존의 TV채널 외 다양한 채널 플랫폼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V 대신 온라인을 택한 BBC의 결정이 비용 효율화를 넘어 미디어 판도 변화를 앞지른 선구적 판단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토니 홀(Tony Hall) BBC 총괄이사. 사진/로이터·뉴스1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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