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 연휴에 집 근처에 있는 전통시장에 갔었다. 요즘 전통시장은 과거의 재래시장과 달리 현대식 건물로 새 단장을 한 곳이 많다. 하지만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안은 썰렁했다. 넓은 매장 앞으로 간간이 쇼핑객들이 지나다니는 정도였다. 한 상인에게 왜 이렇게 손님이 없느냐고 묻자 “사람들이 없는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최근에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요즘 경제상황을 보면 경기회복 지연과 소득 감소 등의 여파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빚 규모는 500조원을 넘겼으며, 가구 평균 부채도 6000만원을 넘긴지 오래 됐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민생은 더욱 궁핍해졌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민생지수는 98.3으로, 노무현 정부(101.3)와 이명박 정부(100.3) 때 보다 낮았다. 이 지수가 낮으면 그 만큼 국민들이 살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계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의 경제상황도 좋지 않다. 정부가 추경예산을 10조원이나 쏟아 부었는데도 지난해 성장률은 2.7%에 그쳤다. 또 기업들의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으며, 우리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했던 수출도 비상이 걸렸다.
빚더미 속에서 살고 있는 소시민들, 골목상권에서 죽어가고 있는 소상공인들 그리고 최악의 청년 실업률(9%)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인가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이렇게 우리사회가 심한 경제 불균형의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제민주화 추진을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는다. 경제민주화는 한마디로 말하면 신자유주의 하에서 시장의 모순을 해결하고, 승자가 패자를 배려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한동안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하는 듯 하더니, 불과 몇 개월도 안돼서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재벌에 규제를 완화해주는 등 경제민주화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다. 대표적인 것이 재벌 총수의 전횡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장하는 상법 개정이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지금까지 각 종 경제민주화 정책을 자고우면하지 않고 추진했더라면 집권 4년 차인 올해는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지고, 일부에서는 결실을 거뒀을 것이다.
과거에는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는 말이 통용됐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새해는 국민 모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온기가 충만한 경제정책의 수혜자가 됐으면 한다.
권순철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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