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56·사법연수원 16기)검찰총장이 이끌 새 검찰 수뇌부가 진용을 드러냈다. 법무부는 21일 고검장급 6명, 검사장급 11명 등 고위 검사 17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김희관(52·연수원 17기·전북익산), 김주현(54·연수원 18기·서울), 박성재(52·연수원 17기·경북 청도) 고검장 등 3명을 포함한 검사장급 이상 26명도 이날 전보됐다.
이번 인사는 일단 지역적 안배가 특징으로 꼽힌다. 경남 사천 출신으로 'PK' 선두 주자였던 김진태 전 검찰총장 퇴임 후 같은 지역 2진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대구고검장(55·연수원 17기·경남 진주), 조성욱 대전고검장(55·연수원 17기·부산)이 사퇴하면서 'TK'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유력한 고검장 승진 대상자로, 역시 PK 출신인 강찬우 수원지검장(52·연수원 18기·경남 하동)과 정인창 부산지검장(51·연수원 18기·부산)이 잇따라 옷을 벗으면서 이런 전망은 더욱 짙어졌다.
TK출신이 약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번 검찰 수뇌부 인사가 내년 대선과 장기적으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 출발한다. 고향이 대구로, 박근혜 대통령과 동향인 김 총장이 2년 임기를 끝까지 마친다고 해도 대선 전에는 퇴임하게 된다. 때문에 검찰 안팎의 법조계에서는 TK 출신들이 김 총장 이후 총장 후보군으로 등용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뚜껑이 열린 검찰 수뇌부 인사에서 이런 전망은 빗나갔다. 우선 가장 관심이 쏠렸던 서울중앙지검장(고검장)에 이영렬(57·연수원 18기) 대구지검장이 승진 임명됐다. 그는 서울 출신으로 2006년 참여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근무한 특수부 검사다.
이 고검장과 함께 승진 임명된 고검장 5명 중에도 TK출신은 김강욱(57·연수원 19기·경북 안동) 신임 대전고검장이 유일하다. 이창재(50·사법연수원 19기) 신임 법무부 차관은 서울, 윤갑근(56·연수원 19기) 신임대구고검장은 충북 청원, 문무일(54·연수원 18기) 신임 부산고검장은 광주, 오세인(50·연수원18기) 신임 광주고검장은 강원 양양 출신이다.
검사장 승진자 11명 중에도 TK출신은 2명뿐이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으로 승진 임명된 김영대(52·연수원 22기·경북 청송) 검사장과 춘천지검장으로 승진 임명된 최종원(49·연수원 21기·경북 상주) 검사장 정도다. 지역별로는 오히려 서울과 호남이 각각 3명으로 가장 많고 충청이 2명, 부산·경남이 1명이다.
그러나 지역이 아니라 '코드' 면에서 보면 논란의 여지는 여전하다. 우선 공안검사들의 약진이다. 공안검사들은 현 정부 들어 전반적인 인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공안검사 출신으로 현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거쳐 국무총리로 임명됐다.
우선 최근까지 검찰 공안라인의 핵심이었던 이상호(48·연수원 22기·충남 논산)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검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그는 2008년 'NLL 대화록' 사건을 수사했다.
수원지검 2차장으로 통합진보당 위헌 해산의 단초가 된 '이석기 RO 사건' 수사를 지휘한 차경환(46·연수원 22기·서울)법무부 인권국장 역시 서울고검 차장검사(검사장)로 승진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를 끝내고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전보됐던 윤웅걸(49·연수원 21기·전남 해남) 법무연수원 기획부장도 요직인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영전했다.
이 세 사람은 통진당 해산심판 주무 검사를 맡았던 정점식(50·연수원 20기·경남 고성) 대검 공안부장과 함께 현재 검찰 내에서 1~2위를 다투는 전문 공안검사다. 정 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기수 면에서도 '코드'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사람은 우병우(48·연수원 19기·경북 봉화)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그는 지난 2월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이후 여러 검찰관련 이슈에서 끊임 없이 이름이 나왔다. 이번 인사에도 우 수석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돈다.
이번 인사에서 그의 연수원 동기들 3명이 처음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이창재 법무부차관, 김강욱 대전고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연수원 19기다. 선배 기수인 18기가 처음 고검장으로 승진할 때인 지난 2월에는 김주현(54·서울) 신임 대검 차장검사 1명뿐이었다.
법무부 차관으로 최근까지 정부와 손발을 맞춰 온 김 차장 검사의 전보를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김 차장 검사는 '사시 폐지 유예' 발표 이후 거센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유임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대검 차장은 서열상 검찰총장 다음의 2인자다. 김 총장도 서울중앙지검장을 마치고 대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긴 뒤 총장에 취임했다.
한편, 우 수석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강력한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됐던 김진모(49·충북 청주) 인천지검장은 이번 인사에서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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