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성년후견제도의 본질과 역할
2015-12-21 06:00:00 2015-12-27 17:47:37
이현곤 ‘새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결여되거나 부족한 경우에 법원이 적절한 후견인을 선임해, 이들의 재산과 신상을 보호해주는 제도이다. 즉, 정신적 제약이 있는 성년자에 대해서 미성년자처럼 보호, 감호할 후견인을 지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건강하고 온전한 정신으로 평생을 살아가게 되기를 바라지만 정신능력이 쇠퇴하고 자신도 모르게 판단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일은 언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정신도 육체와 마찬가지로 성장과 쇠퇴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우리 민법은 과거 금치산, 한정치산제도를 두고 있었는데 이들 제도는 피후견인에 대한 보호보다는 법적인 능력을 제한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래서 금치산자, 한정치산자라는 말은 이들에게 사회적 낙인이 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2013년 개정, 시행된 성년후견제도는 치매노인이나 발달장애인 등 정신적 제약으로 보호가 필요한 사람에 대해 이들의 부족한 의사 능력을 보충하고, 이를 통하여 좀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사회는 후견에 대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후견제도는 우리에게 아직은 생소한 제도이고,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성년후견제도는 앞으로 우리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제도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사회 구조가 이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드물 정도로 급속하게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데, 수명이 길어지고 노인인구가 많아지면 보호가 필요한 치매인구 또한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과거에 우리 사회의 노인들을 책임지던 대가족 구조가 이미 붕괴되어 자녀들이 부모를 직접 모시고 봉양하던 관습도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사회변화를 직감한 노인들은 자신의 재산을 미리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못하고 계속 끝까지 보유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래서 우리사회에 재산을 보유한 주된 인구가 노인층이 되어 부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지만 치매 등으로 판단능력이 부족해진 상황이 오면 아무리 많은 재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한순간에 모두 잃어버릴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재산이 없는 노인들도 마찬가지여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행하는 복지정책이 실질적으로 독거노인이나 발달장애인에게 효율적으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이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후견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자신들이 자녀들을 돌볼 수 있을 때에는 자녀들을 책임질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 돌볼 가족이 없다면 이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성년후견제도가 유일하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이를 따라잡는 것만으로 버거운 느낌이 든다. 최근 들어 점점 성년후견제도가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꾸준한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그것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이들이 보다 쉽게, 안전하게 후견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래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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