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마무리하는 연말이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온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얼마전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통 큰 기부는 2주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자신이 보유한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하겠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갓 태어난 딸에게 유산 대신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겠다는 약속이다.
해외에는 저커버그처럼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부호들이 많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는 재산 가운데 대부분을 자선재단에 기부하기로 했고,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팀 쿡 애플 CEO 역시 죽기 전에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뜻을 내비쳤다. 세계 34위 부자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역시 전 재산인 36조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히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고위층 인사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해외부호들의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부의 대물림과 경영권 세습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 재벌들과는 많이 달라서다.
조사 결과를 보니, 보유 자산이 1조원 이상인 ‘한국 슈퍼 갑부’ 가운데 상위 10명이 모두 재벌가 출신의 '상속형' 부자였다. 사회지도층의 경제 정의 실천에 대한 기여를 평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항목에서는 한국이 OECD 국가 중 꼴찌를 차지했다.
저커버그는 미래세대를 위해 주식을 기부하는데 우리나라 재벌들은 아들, 딸, 손자, 손녀에게 출생 선물로 주식을 안겨준다. 여기다 세금을 안내려고 편법증여나 편법양도를 동원하는게 현실이다.
연말이 가까워오면서 많은 재벌 총수들은 기부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앞다퉈 내는 성금은 총수 개인 재산이 아니라 회사 돈으로 하는 생색내기가 대부분이 아닌가.
경제는 어렵고 정치는 여전히 답답하다. 이럴때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소외된 이웃들이다.
자본주의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는 오히려 부호들이 기부 릴레이를 펼치고 있지만, 한국의 부호들은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보다 어렵다'는 성경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거리가 차가워지는 연말, 이제는 대한민국 부호들도 기부 마케팅이 아니라, 해외 부호들처럼 나눔을 실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 구체적이고 적절한 방법이다.
김선영 국제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선영 아이비토마토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