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웅기자]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EQ900를 출시하며 급성장 중인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국내를 넘어 고급차 시장 최대격전지인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브랜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판매량보다는 면밀한 시장 분석과 차별화된 서비스, 브랜드 정체성 확립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005380)는 지난 9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차 EQ900를 출시했다. 특히 행사를 주관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13년 2세대 제네시스 발표회 이후 2년 만에 직접 신차 발표회장에 나와 행사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등 제네시스의 첫 출발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9일 열린 제네시스 EQ900 출시 행사 전 참석자들을 직접 맞이하고 있다. 사진/강진웅 기자
EQ900 출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3.3 터보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주력 판매 차종으로 발표했다는 점이다.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은 “EQ900는 최고급 5.0 타우엔진, 3.3 터보 엔진, 3.8 엔진의 세 가지 엔진 라인업을 갖고 있다”며 “이 중 3.3 터보 엔진 모델이 주력으로 판매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고급 모델에도 최근 추세인 엔진 다운사이징을 적용한 것이다. EQ900에 강도는 높이고 무게를 낮춘 초고장력 강판을 쓴 상황에서 연료 효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 기존 에쿠스와 제네시스에 없었던 3.3 터보 엔진 모델을 내놨다. 최고급 모델에도 효율성이 강조된 것이다.
람다 3.3 터보 GDi 엔진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의 성능을 지녔다. 3.3 터보 모델의 복합연비는 8.5km/L(2륜구동, 18인치 타이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배기량은 낮췄지만 터보엔진을 달아 힘은 충분히 낼 수 있으면서 연비는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EQ900에 탑재된 람다 3.3 터보 GDi 엔진. 사진/ 강진웅 기자
그러나 이미 벤츠와 BMW, 아우디 등의 업체들은 고효율 엔진뿐 아니라 친환경 고급차까지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업계는 한 발 앞선 글로벌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현대차의 더욱 면밀한 시장분석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입차 관계자는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수년 내로 스마트카가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다른 분야 업체들과의 협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EQ900를 발표하며 현대차는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아너스 G’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Q900를 구입하는 고객들이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려는 것이다.
현대차는 EQ900의 내년 국내 목표 판매량을 2만대로 잡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판매량을 목표로 잡기 보다는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선두 업체들이 고급차 생산시설과 인력을 보강하는 등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어 제네시스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판매량 증대 못지않게 중장기적으로 제네시스만의 브랜드 정체성과 스토리가 어떤 것인지 소비자들에게 명확하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EQ900. 사진/ 현대차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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