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철 생활부장.
전날의 피로가 채 풀리지도 않은 출근길.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서며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문다. 사무실에 앉아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간간이 흡연으로 정신을 가다듬는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지인들을 만나 술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간혹 소주와 맥주를 섞어먹기도 하지만 주종은 소주다. 이렇게 하루 하루를 나는 버틴다. 평범한 우리네 서민 직장인들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제 이마저도 힘에 부친다. 정부는 을미년 시작을 담뱃값 인상으로 알리더니 결국 소주값 인상으로 한해를 마감했다. 소주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소주 출고가를 5.62% 인상했다. 지금까지 3천~4천원에 판매되던 소주를 5000원에 마셔야 할 날이 머지 않았다.
혹자는 덜 피고 덜 마시면 건강해지고 좋지 않냐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리는 비 빼고는 다 오른다’는 농담이 가슴을 후벼 파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수의 서민들에게 이제 담배 한모금, 소주 한잔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은 너무 가혹하고, 팍팍하며 불행한 것 아닐까. 그렇게 우리네 서민들은 또 울분을 삼켜야 하는데 정부는 가만히 앉아 세수를 늘리며 뒤로 웃고 있을 것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 인상을 주장한 정부의 세수는 목표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연을 위한 가격인상이 아닌었던 것이 드러난 셈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감에서 “당초 2조8천억원 정도로 예상했지만 3천억~4천억원 정도 늘어 3조1천억~3조2천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를 인정했다.
이번 소주 인상으로 정부는 또다시 서민 주머니에서 1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챙긴다. 소주에서 1조6538억원(2013년 기준-납세자연맹 주장)을 걷어들였던 정부는 소주 회사들이 출고가를 5.61% 올리면 주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해 병당 28.6원을 받아 간다. 2013년 소주 판매량을 적용할 경우 928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추가로 걷힌다는 주장이다.
소주값 인상은 민간기업 자율적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암묵적 허가 없이 가격 인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시장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기에 이번 소주값 인상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담뱃값, 소주값 인상 등 작은 이슈로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어 정작 민감하게 살펴야 할 정치적 이슈에서 눈을 돌리게 하려는 꼼수는 아닐까라는 쓸데 없는 생각까지 스쳐가는 연말이다.
정헌철 생활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