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건강문제로 26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거행되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에 불참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25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7박10일간 많은 정상외교 일정을 소화하면서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좀 써야 할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상회의를 새벽 1시까지 하고 그랬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영결식 참석 여부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감기몸살 증세로 이날 하루 일정을 온전히 비운 채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7박10일간 주요 20개국(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세안+3(ASEAN+한·중·일)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각종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터키,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잇달아 방문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귀국 당일에도 오전에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에는 김 전 대통령의 서울대병원 빈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또 다음날인 24일 당초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예정돼 있던 국무회의까지 주재하는 등 피로가 누적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참모진들 사이에는 박 대통령의 건강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국회 영결식 참석이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가운데 약 1시간 이상 진행되는 야외 행사 참석은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이다. 다만 최초로 열리는 전직 대통령의 국가장이라는 의미가 있는 만큼 막판까지 참석 여부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역대로 현직 대통령들은 전직 대통령의 서거 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결식에 참석해왔다.
지난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이틀 후 국장으로 엄수된 영결식에도 참석했다.
같은 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도 경복궁에서 국민장으로 거행된 영결식에 참석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 측의 만류로 봉하마을 분향소 조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명박 정부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탓이다.
2006년 10월 최규하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직접 조문은 하지 못했지만 영결식에는 참석했다. 1990년 7월 윤보선 전 대통령이 타계했을 때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빈소를 찾아 조문했지만, 가족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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