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방송통신 시장에 대형 이슈가 터졌다. 통신 업계 1위 SK텔레콤이 케이블TV 업계 1위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한다는 소식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우리나라 방송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고 평가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측은 “단말기 유통법이 시장에 미친 영향이 5.0 지진이라면 이번 인수합병은 9.0 강진”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간단치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SK그룹이 케이블TV 업체를 사들인 것이지만 CJ그룹에서 케이블TV 계열사를 포기한 것도 된다. 이면에는 케이블TV의 빛 바랜 장래성, 통신 사업자의 거대 자본, 방송과 통신의 구조적 융합 등이 배경이 되며, 이로 인해 향후 더욱 복잡한 시장 환경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계기로 향후 유료방송 시장이 겪게될 일대 변화에 대해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케이블TV는 지난 1995년 3월 지상파 방송밖에 없던 국내 방송 시장에 등장하며 ‘다매체 다채널’ 시대를 열었다. 본격적인 유료방송 시장을 열며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도 불렸으며, 주파수 포화로 세분화된 이용자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던 지상파 방송의 대안이 되며 국책사업으로 추진됐다.
이에 케이블TV 업계는 2003년 매출 1조원을 달성했고, 2006년에는 케이블TV(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합산 매출이 3조원을 훌쩍 뛰어넘으며 지상파 방송 산업 규모를 앞질렀다. 아울러 2006년 케이블TV는 가입 가구 1400만을 넘어섰고, 정체를 보이던 지상파 방송과 달리 월별 최고치인 45%의 시청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상파를 누르고 승승장구하던 케이블TV의 성장세는 2008년 11월 시작된 통신사 IPTV에 의해 저지당했다. 2010년 유료방송 시장에서 케이블TV는 6.7%의 성장에 그친 반면 IPTV는 83% 급성장했다.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IPTV 등장 이전에 케이블TV가 빨리 디지털 전환에 착수했어야 했다”며 “투자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권역 내에서 안정적으로만 사업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현재 전체 케이블TV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 비중은 51.4%에 불과하다.
여기에 가입자 확보를 위한 IPTV와의 저가 출혈 경쟁은 수익성 악화를 가속화시켰으며, 방송 인프라와 콘텐츠 재투자 감소, 디지털 케이블TV 요금 하락세로 이어지며 악순환됐다.
지난 6월23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신사의 공짜 마케팅이 미디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사진/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결국 업계 3위 씨앤앰이 매물로 나왔지만 쉽사리 인수자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책정한 씨앤앰 매각대금은 2조원대, 가입자당 가치는 100만원대다. MBK파트너스로는 2007년 인수 당시의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하지만 몇 년 새 케이블TV 가치가 떨어진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이런 와중에 CJ헬로비전이 씨앤앰의 절반 격인 1조원, 가입자당 45만원에 SK텔레콤에 팔린 것은 상호 합리적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씨앤앰이 디지털 전환 이후 네트워크 투자를 최소화해 SK텔레콤으로선 투자 비용이 이중으로 부담됐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이번 인수합병의 관전 포인트는 CJ헬로비전이 보유한 415만 케이블TV 가입자다. SK텔레콤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때 “지난 몇 년 간 신성장 사업으로 미디어에 역점을 뒀음에도
KT(030200)와의 가입자 격차가 컸다”며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결합률이 70% 수준임을 감안할 때 CJ헬로비전의 415만 미디어 가입자는 상당히 매력적인 자산”이라고 말했다. 향후 SK텔레콤이 이들을 활용해 미디어 플랫폼과 결합상품 등을 어떻게 강화해 갈지 이목이 쏠린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결국 이들 케이블TV 가입자는 SK브로드밴드의 IPTV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십여 년 간 호황기를 누렸던 케이블TV 업계는 1위 사업자의 매각으로 시장 현실과 직접 마주하게 됐다. 아직 명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 이후 다른 사업자들도 자신들의 매각 기회를 고민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의 주축은 IPTV로,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통신사로 넘어가고 있다. 방송뿐 아니라 통신 시장에서도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 업계는 촉각을 곤두서 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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