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토요일 오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2차 시내면세점(서울 3개, 부산 1개) 결과가 나왔다. 평일 오후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발표 했던 1차 때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관세청은 지난 7월10일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한화갤러리아와 HDC신라를 선정해 발표했다. 당일 두 회사들 주가는 이상 급등 현상을 나타냈고 감사 결과 일부 심사위원들이 200건이 넘는 전화와 문자 등을 외부와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심사결과에 대한 보안유지와 공정성을 위해 관세청은 심사위원 '비공개'와 ‘주말 발표’를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 롯데와 신세계, 두산이 이번 면세 대전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특히 신세계는 기존 가지고 있던 부산을 사수하고 서울에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는 쾌거를 올리며 이번 대전의 실질적인 승자가 됐다. 롯데는 혈육 간의 전쟁으로 인해 신동빈 회장이 공들인 잠실점을 빼앗기는 내상을 입었지만 명동 본점을 수성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뜬금없던 두산의 참여는 대한상의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용만 회장의 활발한 대외활동 덕인지 손쉽게 동대문에 면세점을 마련했다. 워커힐에 면세점을 가지고 있던 SK는 이번에 면세점을 잃었다. 23년만의 사업 철수라는 성적표가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SK는 이미 8.15 광복절 특사로 최태원 회장의 사면복권이라는 큰 선물을 하사 받았다.
1차 때는 유커들이 새로 찾는 관광지인 여의도와 용산 등 새로운 곳에 면세권을 줬다면 이번에는 동대문과 명동 등 모두 4대문 안으로 모았다. 모두 유커들의 활동 지역을 중심으로 뽑은 것이다. 그럴듯한 지역 안배다. 그동안의 과정과 결과를 총평하면 한마디로 ‘완벽하게 짜진 공정한 심사와 공평한 분배’라 하겠다.
이 완벽 각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롯데는 '상생기금 1500억원 조성', 두산은 '영업이익 10% 이상 환원', 신세계와 SK는 '외국인 관광 1번지 조성' 등 각종 진상품을 정부에 받치는 공약을 쏟아냈다.
2번의 면세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흥정하듯 공약을 남발하고 서로의 이윤을 취하는 사이 정작 국민들은 결과만 알 뿐 밀실 속에서 진행된 심사 내용과 점수는 알지 못하고 말았다. 설령 정부의 사전 내정과 부정 혹은 비리가 있었더라도 이들 기업 누군가가 나서서 밝히기 전까지는 국민은 전혀 알 수가 없는 구조다. 5년 후 또 한번 면세 사업자가 선정된다. 아마 그때도 이같은 논란은 반복될 것이다. 국민은 언제까지 정부를 믿고만 있어야 하는가.
생활부장 정헌철 hunchu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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