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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에만 남길 생각 말고 족적을 남겨라! 장관이 스펙 쌓는 자리인가! 누가 떠날 사람 말을 듣겠는가! 이래서야 국정 운영이 가능한가! 정부는 경력관리용 장관의 자판기!
짧지만 명예로운(지극히 개인에게만) 장관직에 앉았다가 모두의 예상대로 떠나갔거나, 곧 떠나갈 전직 장관들을 두고 던지는 조롱 섞인 말들이다.
17개 부처 장관 중 무려 7명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총선 출마를 예고하고 장관직을 시작했던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요 며칠 사이 나란히 여의도로 복귀했다.
장관에 올라 채 8개월을 채우지 못했다. 주요 정책 수립은커녕 구성원들과 호흡을 맞추기도 짧은 시간이었다. 나름의 성과를 자랑하고 있지만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이 두 전직 장관은 올해 3월 임명되기 전부터 ‘10개월 장관’(선거법상 1월 14일전까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이란 별명을 얻었다. 별명에는 한나라의 장관직을 몇 개월 후 내려놓을 생각이라면 마땅히 거절했어야 했고, 청와대도 이런 인사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충고가 담겨있다.
여기에 줄곧 출마설을 부인해 왔던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지난 8일(일요일 이었다) 사의 표명 깜짝 기자회견도 있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여의도 출격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들이 정권의 부름을 받아 공직에 발을 들였다가 때가 되면 여의도로 돌아가는 것은 어찌보면 정치판의 당연한 이치다. 때문에 그들에게 타고난 DNA와 본능을 거스르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스치듯 몇 개월의 이력을 남기기 위해 굳이 장관 임명장을 받아 드는 것은 반대다. 또 그렇게 임명장을 내리면 안 된다. 이런 사태를 향한 국민들의 눈총을 좀 생각해 보라.
어쩔 수 없이 이어질 대통령의 개각에 이어, 인사청문회까지 수 주 동안 이어질 국정 공백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들로 인해 장관이란 막중한 자리가 혹여나 가볍게 여겨질까도 걱정이다.
만약 당선이 된다면 짧았지만 그래도 장관이었던 경력을 양분 삼아 민생을 우선하는 정치인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임명될 장관들은 족보가 아닌 역사로 기억되는 존경받는 장관이 되길 기대한다.
박관종 건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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