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올해 한국 프로야구의 다승 부문 2위(한국인 한정시 1위) 투수인 '느림의 미학' 유희관(29·두산베어스)이 '무쇠팔 최동원 상'의 두 번째 수상자가 됐다.
유희관은 11일 오후 부산시 남구 문현동 BNK부산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제2회 무쇠팔 최동원 상' 시상식에 참석해 상패와 2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사단법인 최동원기념사업회가 시상하는 '무쇠팔 최동원 상'은 고(故) 최동원을 기리기 위해 최동원의 현역시절 등번호인 11을 기념하며 11월11일 시상식이 진행된다.
유희관은 이날 시상식에서 "너무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선정위원회 관계자 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면서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상을 받는다고 선배님의 큰 업적에 비교될 수 없겠지만, 내년에는 더욱 좋은 성적으로 '최동원상 수상자'다운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덧붙엿다.
유희관은 또 "상금의 일부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회공헌기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혀 많은 참석자의 박수를 받았다.
이번 시상식에서 제2대 최동원기념사업회 이사장에 취임한 박민식 이사장은 "고인이 남긴 '2년 연속 20승, 5년 연속 200이닝 투구, 한국시리즈 4승'이라는 기록 때문에 우리는 그를 '무쇠팔 최동원'이라고 부른다"면서 "고인이 생전 보여줬던 강한 의지와 투병 생활 중에도 버리지 않았던 야구에 대한 강한 열정을 떠올리면 그런 수식어는 사족에 지나지 않을 따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부산 시민들의 야구에 대한 애정과 뜨거운 응원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부산을 '야구 도시'라고 부른다. 이는 부산 사람들이 고인의 열정을 오롯이 이어 받았기 때문이라고 감히 단언한다"면서 "그것이 고인 기록보다 더 소중한 유산이 돼 우리 가슴에 남았다. 아마도 고인이 없었더라면 야도(野都) 부산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회 무쇠팔 최동원 상' 수상자인 유희관(29·두산베어스)가 11일 오후 BNK부산은행 본점(부산시 남구 문현동) 대강당에서 상을 받은 후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야구계·부산시 주요 인사 대거 몰려
이날 시상식에는 국내 야구계 주요 인사는 물론 부산지역의 인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야구계에선 부산 연고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 감독 출신인 어우홍('무쇠팔 최동원 상' 선정위원장), 박영길(스포츠서울 해설위원), 김용철(한국다문화야구연맹회장), 롯데 선수 출신인 박정태(레인보우희망재단이사장), 마해영(시흥 멘토리야구단 감독) 등이 참석했다.
롯데 구단서도 이윤원 단장과 손승대 퓨처스팀(2군팀) 감독과 신인선수 10명이 참석했다.
또 故 최동원의 모친인 김정자 여사와 부인 신연주 씨, 아들 최기호 군도 자리를 빛냈고 故 장효조, 임수혁, 조성옥 전 감독의 가족도 함께 시상식을 찾았다.
서병수 부산시장, 안병길 부산일보 사장, 성세환 BNK금융그룹 회장, 조의제 BN그룹 회장, 설동근 동명대 총장 등 부산 지역의 유지로 불리우는 주요 인사들도 모두 집결했다.
이에 앞서 기념회는 사전 행사로써 이날 오후 1시부터 BNK부산은행 본점 1층에서 유희관과 부산 야구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팬사인회 행사를 진행했다.
더불어 기념회는 최동원의 유족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한 팬들에게 최동원의 마지막 사인볼(복사본)과 BN그룹에서 마련한 협찬품을 기념품으로 증정했다.
'제2회 무쇠팔 최동원 상' 수상자인 유희관(29·두산베어스)가 11일 오후 BNK부산은행 본점(부산시 남구 문현동) 대강당에서 상을 받은 후 (왼쪽부터)박민식 최동원기념사업회 이사장, 유희관, 김정자 여사, 성세환 BNK금융그룹 회장이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최동원상은 어떻게 선정되나
'한국의 사이영상'을 꿈꾸는 '무쇠팔 최동원상'은 국내 최고 권위 투수상을 목표로 제정됐다. 상금 역시 프로야구 시상금 중 최고액인 2000만원에 달한다. 상금을 포함한 기타 비용은 BNK금융그룹과 부산은행이 후원한다.
기자단 투표로 선정되는 미국의 사이영상과 달리 최동원상은 선정위원 7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선정위원은 각각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인 투수 3명을 1위(5점), 2위(3점), 3위(1점)로 나눠 선정하고 해당 점수를 합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수상자를 뽑는 선정위원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어우홍 전 감독, 박영길 전 감독, 천일평 OSEN 편집인,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 허구연 해설위원,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 김인식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선임됐다.
유희관은 선정위에서 총점 21점으로 최고점수를 받았다. 선정위원장인 어우홍 전 감독에 따르면 7명의 선정위원 중 5명이 유희관을 1위로 꼽았다. 이어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윤성환(삼성 라이온즈)이 각각 18점과 17점을 얻었다.
유희관은 올해 정규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해서(189.2이닝) '18승 5패, 126탈삼진, 평균자책점 3.94'의 좋은 기록을 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 이하)는 17회다.
유희관. 사진/두산 베어스
◇유희관 수상 논란도
앞서 '제2회 무쇠팔 최동원 상' 선정위원회는 지난 달 12일 유희관을 초대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그런데 곧바로 논란이 일었다. 선발 투수의 경우 상 선정 기준이 ▲180이닝 이상 투구 ▲선발 30경기 이상 출전 ▲150탈삼진 이상 ▲퀄리티스타트(QS : 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 이하) 15회 이상 ▲평균자책점 2.50 이하 등 총 6가지인데 유희관은 이 기준 중 이닝, 선발, 퀄리티스타트 등 총 3개항목만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애초 유력한 우승 후보는 양현종이었다. 양현종은 올해 32경기에 선발 등판해 184.1이닝을 맡으며 '15승 6패, 157탈삼진, 19QS, 평균자책점 2.44'의 성적을 내며 모든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정위원들은 유희관을 택했다.
이에 대해 어 위원장은 수상자 발표 당시 "유희관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진 못했지만, 정확한 컨트롤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좋은 투구를 보였다"며 "투수가 공이 빠르지 않아도 컨트롤(제구)이 좋으면 승수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올해 두산이 3위가 되는 데 중요한 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선정위원회는 수상자 결정에 앞서 외국인 선수를 수상 대상자에 포함할 지에 대해 논의했지만, 국내 선수를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3회까지는 국내선수만 대상자로 삼고, 4회 수상자 선정을 앞두고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부산=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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