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강정호(28)에 이어 박병호(29)도 자신이 맡던 포지션이 이미 견고한 미국 팀의 러브콜을 받았다. 지명타자·1루수가 탄탄한 팀이 박병호를 어떤 이유로 영입하려는지, 이런 상황에 박병호가 간다면 과연 적응하기 수월할 것인지 관심이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10일 오전 자신들이 박병호의 포스팅 최고액을 부른 미국 메이저리그(MLB) 야구단이라고 발표했다. 박병호의 미국 행선지가 명확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미네소타는 다음달 9일까지 박병호와 독점으로 입단 협상을 벌이게 된다. 만약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네소타는 포스팅응찰액 1285만달러(한화 약 147억원)를 돌려받고 박병호는 일본 리그 진출로 방향을 틀거나 넥센에 남게 된다.
박병호는 현재 야구 국가 대항전 '프리미어12' 참가를 위해 한국 대표팀과 대만에 머무르고 있다. 협상은 그와 계약을 맺은 에이전트 옥타곤월드와이드가 진행하게 된다.
박병호(29·넥센히어로즈)가 지난 8월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3회 무사 만루 상황에서 만루홈런을 날리면서 개인통산 200홈런과 2015시즌 43홈런을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미네소타, '스몰 마켓' 팀인데다 박 포지션에 강력한 경쟁자
'KBO리그 4년연속 홈런왕' 박병호는 근래 한국을 대표할만한 거포 타자다. 게다가 최근 4년 간은 그의 기량이 꾸준히 늘었다. 박병호와 독점 협상할 자격이 생기는 포스팅 낙찰을 위해 여러 팀이 열띤 경쟁을 벌인 이유다.
하지만 포스팅응찰액 1285만달러의 거금을 들인 구단이 미네소타란 사실은 여러 팬들과 관계자가 놀랄만한 점이다. 미국 언론도 미네소타 발표에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
미네소타는 미국 스포츠에서 스몰 마켓 팀이다. '시장이 작다'는 것은 구단 수입의 큰 부분을 점할 중계권료를 넉넉히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규 경기 입장료 수입과 구단 상품 수입 그리고 각종 광고 수입 등도 적을 수밖에 없다.
미네소타는 올 시즌 선수 총 연봉(페이롤)이 1억826만달러로 MLB 30개팀 중 18위다. 'MLB 역대 연봉 총액 12위'인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조 마우어(32)가 2300만달러로 21%를 차지하며, 마우어 외에 500만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는 포수 커트 스즈키(600만달러) 뿐이다. 그런 미네소타가 거액 포스팅 응찰로 10여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경쟁팀을 이겼다는 사실은 의외다.
또한 미네소타가 박병호 포지션의 선수를 정리하지 않으면 박병호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1루수는 마우어, 지명타자는 미겔 사노(22)가 있다.
팀 연고인 미네소타 출신의 조 마우어는 포수 출신이며 2009 시즌 당시 아메리칸리그(AL)의 MVP로 선정된 팀의 대형 스타 선수다. 지난 2013 시즌까지 포수 마스크를 썼고 2014 시즌부터는 1루수, 지명타자 등으로 공격에 집중해왔다. 다만 나이의 증가만큼 타격은 점점 하락세며 예전 위용은 이미 사라졌다. 올해 OPS가 7할1푼8리(장타율 3할8푼·출루율 3할3푼8리)로 낮다.
사노는 이번 시즌 큰 물을 처음 경험한 선수지만 80경기에 출전해 '18홈런 52타점, 타율 2할6푼9리'로써 가능성을 인정받은 유망주다. 올해 메이저리거로 팀의 지명타자를 맡아 맹활약했지만, 마이너리거 시절에는 3루수로 활동했다.
미네소타는 박병호의 기존 소속팀인 히어로즈에 거액을 줘야 하며 포스팅 금액에 비출 때 연봉도 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선수를 벤치에 앉힐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10일 오전 박병호(29·넥센히어로즈)의 포스팅 최고액을 부른 미국 메이저리그(MLB) 야구단은 트윈스라고 발표했다. 사진/미네소타 트윈스 공식 트위터 캡처
◇사노 외야 전환 조치 뒤 '지명타자 박병호' 방안 유력
다수의 미국 언론은 사노의 3루수나 좌익수 전환을 예상한다. 1루수 마우어가 구단을 대표할만한 초대형 스타로 트레이드가 어려운 선수이며, 주전 타자 9명 중에서 타율이 가장 좋은 사노는 과거 3루 수비 경험이 많다.
팀타율 2할4푼7리로 아메리칸리그(AL) 15개팀 중 14위인 미네소타는 공격력 증대가 절실하다.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영입한 이유이자, 현지에서 3루수 트레버 플루프를 트레이드하더라도 박병호와 사노가 공존할 것이라는 추정이 많이 나오는 이유다.
선수의 활용은 감독의 몫이며 시즌 개막까지는 아직 4개월여 남았다. 적지 않은 기간에 변동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단장이 '지명타자 박병호'를 거론한 발언 기사가 나와 주목된다.
테리 라이언 미네소타 트윈스 단장은 9일 미네소타 지역 일간지인 파이어니어 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박병호는 일본 프로야구와 비슷한 한국 프로야구에서 엄청난 성적을 보였다"면서 "한국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훌륭한 선수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팀 스카우트들은 박병호가 성공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정착할 것이라고 여겼다"면서 "팀 타선 강화에 큰 힘을 보태고 모든 이들을 위해 일을 잘 해내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병호의 향후 쓰임새에 대해 라이언 단장은 "박병호는 1루수를 보지만 3루수로 나설 수도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지명타자가 더욱 어울린다"면서 "팀 사정상 1루는 조 마우어, 3루는 트레버 플루프가 맡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노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박병호의 미국 진출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나, 샌디에이고와 연봉 협상 도중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한, 김광현(27·SK와이번스)의 전례도 있다.
하지만 박병호의 미래는 밝아보인다. 상승세를 타고 강팀으로 다시 도약하려는 미네소타가 그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자 노력 중이다. 박병호의 구체적 계약 조건은 다음달 초에 결정된다. 박병호가 어떤 조건으로 메이저리거가 될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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