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혁 5대 입법과제 중 하나인 고용보험법 개정이 국회 논의도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 제출된 법안의 내용이 지난해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보류된 법안과 다르지 않은 데다, 언론을 통한 고용노동부의 압박에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6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대표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관련해 설명자료를 내놨다. 고용부는 전날 권기섭 고용서비스정책관을 통해 출입기자단 설명회를 갖는 등 개정안 처리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개정안은 구직급여의 지급수준을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상향하고, 전체 지급기간을 피보험기간 구간별로 30일씩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65세 이상 노동자도 실업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특례가 신설됐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구직급여의 하한선을 기존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하향 조정하고, 기여요건을 ‘이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근로’에서 ‘이직 전 24개월 동안 270일 이상 근로’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특히 구직급여 하향선 조정은 지난해 환노위 법안소위에서도 논의됐으나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처리가 보류된 사안이다.
정부가 구직급여 하한선을 조정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상한선은 정액(4만3000원)으로, 하한선은 정률(최저임금의 90%)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시간당 5580원인 올해까지는 상한액이 하한액보다 높으나,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인상되는 내년부터는 하한액이 상한액을 역전하게 된다. 이에 정부는 상한액을 5만원으로 인상하고, 하한액을 4만원 수준으로 낮춰 이직 전 임금에 따른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에서 해당 사안이 합의된 것 또한 정부·여당의 명분이다.
하지만 야당은 노사정 합의와 입법 절차는 별개이고, 이미 국회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된 사안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입법부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환노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은 6일 뉴스토마토와 전화통화에서 “구직급여 기간을 늘려준다는 게 이를테면 당근인데, 그 당근조차 속을 들여다보면 평균 수급기간이 114일밖에 되지 않아 대부분의 노동자에게 적용되지 않는 데다 오히려 급여액만 줄어든다”며 “급여액을 지금보다 더 내리면 어떡하겠다는 것이냐. 이런 식의 개혁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우 의원은 “이미 국회에서 논의됐던 사안을 그대로 다시 내놓고, 그걸 시행을 앞둔 법안처럼 정부가 발표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라며 “노사정 합의 또한 노측을 코너로 몰아 이끌어낸 합의에 가깝다. 더욱이 이번에 제출된 법안에는 그 합의조차 그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합의되지 않은 사안들이 다수 포함된 만큼, 국회에서 포괄적으로 다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법안심사를 앞둔 시점에 정부가 설명자료라는 이름으로 국회를 압박하는 행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고용부 국정감사 당일이던 지난달 11일 오전에도 ‘노동개혁 향후 추진방향’이라는 제목의 협상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오전 국정조사 파행을 초래한 바 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노동시장 구조개혁 5대 입법과제 중 하나인 고용보험법 개정이 국회 논의도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자료사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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