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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선방했는데 요새 상황은 너무 어렵네요. 등록요건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전업 투자자문사 관계자)"
문닫는 전업 투자자문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에서 시작된 시장의 부침이 업황부진으로 이어진 영향이다. 올 1분기만 해도 국내 증시 호황으로 좋은 날만 이어질 것 같던 투자자문업계였다. 실제 전업 투자자문사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사상 최대인 927억원으로 전분기보다 6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주가 상승에 힙입어 수수료 수익은 물론 자기자본투자로 이익을 본 결과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급감한 실적은 오히려 1분기 성과를 깎아먹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잠식 위기에 처한 투자자문사도 늘고 있다. 적자를 거듭한 누적손실로 자본금의 70% 이하로 떨어지면 퇴출수순을 밟게 된다. 1년 유예기간을 거치는 동안 재무구조를 개선시키지 못하면 자문업 등록이 취소되는 구조다. 보다 우려되는 것은 하반기다.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 영업환경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실적부진을 겪는 자문사들이 자본잠식 상태에서 헤어 나오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동안 회사 수는 오히려 늘었다. 전업 투자자문사는 지난 8월 말 기준 170개사로 작년 말(158개)보다 12개사가 증가했다. 올 들어 23곳 투자자문사가 신규 설립했고 현재까지 11개사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곧 3개 투자자문사의 등록인가가 취소될 예정이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이들 투자자문사의 퇴출을 한꺼번에 결정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업은 기본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등록제다. 인가제가 아니어서 진출입이 쉬운 편이다. 투자자문업 진입제한 완화 기조는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내달 초 윤곽을 드러낼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방안도 그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을 통해 성공한 투자자문사들이 출현함으로써 업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업계 스스로 자기책임원칙을 강화해줄 것을 주문했다. 금융당국이 금융개혁 핵심전략으로 강조하고 있는 '자율적 책임'이기도 하다.
고객의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금융투자업은 자율에 따르는 책임을 더 무겁게 져야 한다. 시장 진입에 자율을 얻은 대신 상시 구조조정이라는 책임도 강화된 만큼 고객들의 신뢰·선택을 받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고객 돈 굴리는 투자자문사 창업이 '장사나 할까' 해서 여는 생계형 창업이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신뢰 없인 시장에 존립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한 집 걸러 한 집 들어섰다 폐업을 반복하는 지금의 행태를 우려하는 일이 부디 기우이길 바란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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