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23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열려 김지형 조정위원장이 조정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 반도체 직업병 보상문제 해결을 위해 발족한 조정위원회가
삼성전자(005930)에 보상을 위해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공익 법인 설립을 권고했다.
23일 조정위원회는 서울 서대문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구체적인 보상 대상 질환과 범위를 담은 조정권고안을 발표했다.
조정위는 삼성전자 측에 1000억원을 기부해 공익재단을 설립할 것을 권고했으며, 삼성전자 등 반도체 사업체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게도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기부를 요구했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사단법인 형태의 공익법인을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며 "삼성전자 등의 기부금은 일단 협회에 신탁해 70%는 보상사업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30%는 공익법인의 고유재산으로 이관받아 관리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보상 대상자에 대해서는 학계 연구결과와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2011년 1월1일 이전에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사업장에서 작업 공정을 하거나 관련시설 설치, 수리 등의 업무를 한 사람으로 제한했다.
질환 범위는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골수종, 골수이형성증, 재생불량성 빈혈, 유방암, 뇌종양, 생식질환, 차세대질환, 희귀질환, 희귀암, 난소암 등 12가지로 한정했다.
김 위원장은 "보상의 개념을 국어사전적 의미로 파악해서는 안된다"며 "보상의 문제를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사과에 대해서는 노동건강인권선언 발표를 제안했다.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건강하게 지켜나가는 것은 국민의 한명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적 인권이며 사회적 사과와 더불어 불행을 겪은 개개인에 대한 사과도 있어야 한다고 제안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직업병 협상 관련 조정위의 권고안이 제시되는 것은 지난해 조정위가 구성된 이후 처음이다. 반올림이 문제를 제기한 지 8년 만에 나온 성과다. 지난해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과와 함께 보상 방안을 밝힌 이후로 1년 2개월만이다.
향후 조정당사자는 이 조정 권고안을 받은날부터 10일 내에 이의를 제기하 수 있다. 이의가 있으면 이의가 있는 부분을 특정, 제기하거나 조정권고안에 갈음하는 수정 제안을 서면으로 표명할 수 있다.
이날 조정위의 발표에 대해 삼성전자, 가대위, 반올림 등은 심사숙고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권고안에 대해 가족의 아픔을 조속히 해결한다는 기본 취지에 입각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다만 권고안 내용 중에는 여러 차례에 걸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반올림과 가대위는 "권고안이 방대한 만큼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쳐 신중히 검토한 후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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