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대책)한국 '인구구조' 변화가 가계부채 '덫'
고령화에 가계 빚 '질적 악화' 우려
우리나라 가계부채 상대적으로 '고령층'에 집중
2015-07-22 16:14:42 2015-07-22 16:14:42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는 고령화라는 인구변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가계소득이 급격히 감소하는 은퇴시점 이후부터 부채 상환 능력이 가장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인구 고령화 속도가 OECD에 비해 매우 빠른 국가임을 감안하면 향후 집값이 떨어지거나 금리가 상승했을 때 고령층이 보유하게 될 가계부채의 부담은 크게 악화된다.
 
서울 탑골공원에서 어르신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3년의 미국과 비슷한 80% 내외까지 상승했다.
 
미국의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감소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가계부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인 미국의 2004년과 우리나라의 작년 상황은 유사하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가구주 연령이 50대인 가구가 전체 가계부채의 약 33%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가계부채 가구의 3분의 1이 은퇴를 앞둔 50대가 차지하고 있어 고령층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반면 우리나라처럼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증가세를 보이던 2004년 미국의 경우 50대인 가구주는 전체 가계부채의 23% 수준에 그쳤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상대적으로 고령층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김지섭 KDI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대출을 받더라도 원리금 균등상환의 장기 모기지를 택하기 때문에 은퇴 시점에 빚이 거의 없다"며 "한국은 이자만 내다 일시상환하는 거치식 비중이 높아 퇴직 시점의 고령층 가계부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은퇴 후 소득이 크게 감소해 소득절벽 효과가 나타나 부채 부담이 더 커지는 등 유동성 면에서 위험성이 매우 크다"며 "현재 40~50대 가구주가 은퇴할 10~20년 후에는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가 보다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의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3월 기준 연령별 부채 평균 보유 규모는 50대가 7911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OECD 회원국들이 공통적으로 가계부채 규모와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지만 가계부채의 총량이나 규모 자체가 위기의 징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가계빚의 질적 구조다. 주택담보대출 자금조달을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대출은 어떻게 이뤄졌으며 가계의 소득분위별·가구별 대출상환능력 여부가 가계부채의 잠재위험 크기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계부채가 가계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과 경제 전체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질적 위험요인들에 대한 관리가 우선순위라는 지적이다.
 
김지섭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달리 거치식·일시상환 방식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계약만기 시 차환대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지나더라도 부채의 원금이 크게 감소하지 않고 있다"며 "은퇴 이후 가계소득이 급감함에 따라 부채상환 능력이 크게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은퇴 이후의 소득까지 감안해 보수적으로 산정할 필요가 있고, 임금피크제 등의 도입으로 은퇴 이후 소득이 급감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직면한 초저금리, 풍부한 유동성 등 거시경제 여건이 가계부채의 폭증과 주택시장 버블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정대영 송현 경제연구소 소장은 "고령화로 갈수록 소득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본격적인 은퇴기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가 생계형 대출을 받아 영세사업자로 뛰어들고 있는 문제가 이미 직면했다"며 "향후 금리인상에 줄어드는 인구 구조로 인해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거나 떨어지면 위기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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