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렬 위캔센터 시설장 "쿠키를 통해 중증장애인 자립 돕는 소명 다할 것"
"차이 극복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공동체 이루는데 노력"
2015-07-17 06:00:00 2015-07-17 06:00:00
15년 간 쿠키를 만들어온 사회적 기업이 있다. 원가부담을 감수하고 최고품질의 재료를 이용해 하나하나 정성껏 만든다.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일하는 장애인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이름도 '위캔(WE CAN)쿠키'로 지었다.
 
지난 14일 경기도 고양 벽제동에 위치한 위캔센터 내 생산공장은 의외로 한산했다. 작업자들이 눈코뜰새 없이 바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랐다. 김영렬(아가다 릿다 수녀) 위캔센터 시설장은 "6~8월까지는 비수기라 다른 때에 비해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기후 영향으로 갈수록 비수기가 길어지는 상황이라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난 2001년 설립된 위캔센터는 우리밀과 쌀을 이용한 위캔쿠키, 마들렌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으며 중증 지적·자폐성 장애인 40명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장애인 중에서도 취업이 가장 어려운 중증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에게 경제기반과 재활서비스를 제공해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근로 중 장애인 40명 중 5명 자립성공… 일반인 직원들의 '일당백' 역할수행 한몫
 
'우리는 쿠키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듭니다.' 위캔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한쪽 벽면에 게시된 회사 모토는 직원들의 명함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김영렬(아가다 릿다 수녀) 위캔센터 시설장. 사진/최한영 기자
 
올해 3월 위캔센터에 부임한 김영렬 시설장은 "근로인들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최저임금과 상여금 등을 일반인과 똑같이 제공하고 있다"며 "다른 장애인들도 이곳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 모집을 위한 공개채용을 하면 전국에서 신청이 쇄도한다.
 
위캔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장애인 40명 중 절반가량은 초창기부터 근무하고 있다. 이중 5명은 최근 몇 년 사이 자립에 성공해 서울·인천 등지에서 출퇴근하며 일하고 있다. "근로인들이 자립에 성공하고, 출퇴근하는 것 자체가 기적적인 일이에요. 한 분은 서울 중곡동에서 2시간 30분씩 걸리며 출퇴근하고 있고요. 저희 직원들이 퇴근 시 차타는 곳까지 데려다주거나 1주일에 한 번 근로인 집으로 가서 점검을 해주고 있습니다."
 
괄목할만한 성과지만, 김 시설장은 한편으로 아쉬움도 나타냈다. 15년 역사에 비해서는 근로인 증가율이 저조한 상태로,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예산절감과 신제품 개발, 판로개척 등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위캔센터가 생산, 판매중인 쿠키 이미지컷. 사진/위캔센터
 
이러다 보니 위캔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남들보다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일반인 직원 중 절반이 사회복지사에요. 쿠키판매를 위해서는 마케팅인력 등을 고용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직업재활시설이면서 근로사업장, 사회적기업이다 보니 채용에 한계가 있죠. 간호사와 영양사, 조리원도 필요하고요. 사업에는 문외한인 분들이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판매까지 해야 하니 얼마나 어렵겠어요. 결국 저희가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지만요."
 
◇직전까지 상담업무 종사 불구하고 위캔센터 부임… 소명의식으로 일해
 
사실 김 시설장도 위캔센터 부임 전까지 상담업무에 종사해왔다. "전임 시설장님의 건강문제로 위캔센터로 누군가 부임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수도원 관구장님께서 저를 여기로 보내시더군요. 마음 한구석으로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수녀잖아요. 수녀가 될 때 서원했던 것들을 생각하며 상황을 받아들이고 오게 됐습니다."
 
부임한지 5개월 된 상황에서, 김 시설장은 구조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위캔센터는 직업재활시설이면서 사회적기업이에요. 이 두 가지 가치를 함께 끌고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있어요.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받아주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이잖아요.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이 다른 사회적기업보다 더 취약한 상황에서, 일정기간 정부 지원이 끝난 후에는 자립을 해야하는데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이죠."
 
위캔센터 직원들이 생산공장에서 쿠키를 만들고 있다. 사진/위캔센터
 
물론 직업재활시설 등록을 통해 지자체에서 일부 직원에 대한 인건비와 운영비 지원을 받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 시설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는 쿠키를 팔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상황이라는데 있다. "저희 쿠키는 다른 업체들보다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일반인들이 3시간이면 할 일을 이곳 근로인들은 8시간 소요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작업이 숙달되기 전 교육시간도 훨씬 길고요. 다른 곳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법정 최저임금은 꼬박꼬박 지급하고 있고요."
 
제작 과정에서 팽창제나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재료도 충남 아산 우리밀, 경기 이천 친환경 유정란, 충북 보은의 땅콩과 호두 등 검증된 제품만 사용하는 것도 원가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러다 보니 경영상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저희 쿠키를 두고 비싸다는 말도 있는데, 근로인들 월급을 주고 나면 오히려 마이너스 수준이에요. 재무상태를 보니 사실 2013년부터는 수지가 맞지 않아, 그동안 비축해둔 돈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더군요."
 
◇주위 도움으로 어려움 극복…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 가져달라"
 
다행스러운 것은, 어려운 중에도 주위의 도와주는 손길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번 저희 쿠키를 구입하신 분들은 정직하고 윤리적으로 만들어진 쿠키라는 점을 알아주세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입점조건이 까다로운 생협 등에 납품하고 있고, 성탄절이나 부활절 때 각 성당에서 판매를 하는 식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고요."
 
최근에는 SK행복나래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회사 초창기부터 사용해온 6500만원 상당의 오븐기 2대를 교체할 수 있게 됐다. "오븐기가 오래되다 보니 불량쿠키도 나오고는 했는데, 8월에 교체가 되면 더 좋은 쿠키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 봐요."
 
김 시설장은 특히 공공기관에서 중증장애인이 만드는 쿠키라는 점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구입해줬으면 하는 희망을 나타냈다 "예전에는 공공기관에서 장애인생산품을 우선구매하는 것이 품목별로 있었는데 이제는 3% 범위 내에서만 할 수 있게 통합됐어요. 그러다 보니 저희같은 업체들은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이 사실이에요."
 
일반 소비자들에 대해서도 위캔쿠키를 이용해 줄 것을 부탁했다. "장애인들은 단순해요. 가르쳐 준대로만 일을 하기에 생산과정에서 교육받은대로 정직하게 만들어요. 위캔센터가 쿠키를 만드는 것은 먹거리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요즘 우리가 먹는 다른 음식들을 보면 유해한 성분들이 포함된 경우가 있잖아요. 저희는 재료선택부터 공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정직하게 만들고 있어요. 한 번 맛을 본 분들이 저희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해주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희 제품 구매는 다른 곳에서 일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써 당당해질 수 있도록 돕는 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차이를 극복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저희 위캔의 꿈이 이뤄지도록 지켜봐주세요."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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