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는 그야말로 바이오제약 전성시대다. 거래소 의약품업종지수는 올들어서 107% 급등했고 코스닥 제약업종지수도 93% 올랐다. 개별종목별로는 한미사이언스가 728%, 한미약품이 455% 폭등했다. 같은기간 코스피가 7% 코스닥이 39% 미국 나스닥 생명공학지수(NBI)가 28% 상승했으니 국내 바이오제약주 시세가 얼마큼 강력했는지 실감할 수 있겠다. 고로 포트폴리오에 바이오제약이 들어있지 않다면 극심한 소외감을 경험하고 있을 터다.
이번 랠리의 시발점은 지난 3월로 되돌아간다. 당시 한미약품은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6억9000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한미약품 주가는 물론이고 제약주 전반의 시세가 마치 불이 댕겨진 로켓포처럼 수직상승했다.
'이러다가 줄 끊긴 엘리베이터처럼 폭락이 나오는 거 아냐'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상존하지만 아직 여의도 분위기는 상승랠리 연장쪽에 실려있다.
올 상반기가 화이자의 호스피라 인수에 따른 바이오시밀러 업체의 주가 상승,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수출로 인한 전통 제약주의 재평가 국면이었다면 하반기는 한미약품과 바이로메드의 파이프라인 기술수출 가능성, 셀트리온 램시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건 등에 기반한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나 연구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해 온 한미약품의 경우에 임상3상인 파이프라인 10개를 포함 총 24개의 파이프라인을 가동중에 있는데 기술수출 가능성이 임박한것으로 평가받는 지속형 당뇨병치료제에 거는 기대는 한층 더 높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7개 주요시장 합산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2019년에 3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이오제약산업육성책 역시 관련섹터엔 호재다. 지난 3월 정부는 줄기세포·유전자치료제와 같은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위해 올해 3400억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일까. 최근 한미약품에 대한 증권가 목표주가 평균은 55만원, 목표가 최고치는 57만원까지 치솟았다. 주가수익비율(PER)은 무려 91배 수준이다. 한미약품의 지주사격인 한미사이언스의 경우엔 한술 더 떠 NR(Not Rated·투자의견 없음)등급이 부여돼 있는데 이는 기술수출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목표가 상단을 선긋기 어려워진 애널리스트의 속내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오제약 열풍에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운용사들 마저도 고유의 운용철학보다는 시장수익률을 따라잡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고PER·고PBR군인 바이오제약주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고 한다. 투자전략가 역시 미국 나스닥시장에서의 바이오비중 확대에 따라 국내 증시 동조화 다시말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의 바이오제약 시총 비중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등 제약주 대부분에 녹아있는 PER은 신약개발과 기술수출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되겠다. '네가 서로 가면 나는 동으로 간다'는 역발상 증시격언을 곱씹어 볼 때이다.
허준식 시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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