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면세점 결과가 발표됐다. 예상대로 뒷말이 무성하다. 중심에는 내정설과 정보유출설이 있다.
면세점 입찰 공고와 동시에 나온 ‘삼성가 장녀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신라면세점이 선정되는 건 자명하다’란 이야기는 현실이 됐다.
한화갤러리아와 관련해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근 만난 재벌 오너 중 면세 관련 기업 오너는 김승연 회장밖에 없고 김 회장과 박 대통령이 초등학교 동기동창이란 점을 들어 내정설이 제기됐다.
더 심각한 것은 정보 유출설이다. 이동현 관세청 차장은 선정 결과가 공개된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9일 오후 10시 넘어서부터 위원들이 평가를 해서 집계하기 시작했다. 이 결과를 어느 정도 입수한 게 10일 오후 3시 정도였기 때문에 주가와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사전 유출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발표 당일(10일) 오전부터 관련 기업 주가는 요동을 쳤다. 미리 알 수 없으면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 주식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탈락한 기업 관계자는 “전날 찌라시(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어떤 기업들이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설마 했으나 결과가 똑같아 크게 실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관세청의 심사과정과 평가결과가 비밀에 붙여지는 탓에 개운치만은 않다.
이같은 논란은 4곳의 시내 면세점을 선정하는 연말 또 재현될 것이 분명하다. 재벌 특혜 논란으로 시작해 내정설, 유출설 등 각종 논란을 야기하는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것인가에 의문이 드는 이유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일본은 백화점이나 가전 양판전 뿐 아니라 조리도구 판매점, 호텔, 편의점 등으로 면세점을 확대했다. 올 5월 기준 1만개가 넘는다. 작년 10월 9361개에서 반년만에 1.6배가 증가한 것이다.
드럭스토어 체인점 대부분에 면세 카운터를 만련해 생활용품이나 비처방약 등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광객 편의를 우선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관광산업이 일본 GDP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자동차 산업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국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투자, 고용 촉진을 통해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당초의 목적이라면 우리도 이제는 일본처럼 관광객 편의를 우선하는 쪽으로 정책변화를 고민할 때가 됐다.
정헌철 생활경제부장 hunchu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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