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450원 오른 6030원으로 결정되면서 이를 둘러싸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9일 제12차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2016년도 최저임금안을 6030원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상액은 450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인상액이 400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며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인상액은 지난해 370원 이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5580원에 비해 8.1% 인상된 금액으로 위원회는 "지금까지 인상액 중에 가장 높은 액수며 이번 최저임금안으로 340만2000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기준, 월 209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126만270원으로 올해보다 9만4050원이 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번 최저임금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했고, 노동계는 1만원을 주장해왔다. 수정안을 거쳐 지난 3일 9차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은 8400원, 사용자위원들은 5610원을 각각 제시했고, 8일 11차 회의에서는 8100원과 5715원의 수정안들이 나왔다.
하지만 양측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공익위원들은 심의촉진안(5940원~6120원)을 11차 회의에서 제시했다. 하지만 근로자위원 11명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회의에서 퇴장한 뒤, 12차 회의에도 불참했다.
이에 따라 27명의 위원들 가운데 9명의 근로자위원들이 빠진 상태에서 9일 오전 1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6030원이 표결에 부쳐졌고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만원 인상은 아니더라도 두사릿수 인상률을 기대했는데 턱없이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2014년 기준 미혼단신생계비 155만3390원의 81%, 2인 가구생계비에는 45%, 3인가구생계비에는 37% 밖에 안되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성명을 발표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내수활성화를 부르짖던 정부가 700만 저임금노동자와 국민을 배신했다"며 "126만원 월급은 단신가구 표준생계비 217만원의 58% 수준이며 노동자가 하루종일 일해도 5만원이 안되는 최저임금을 받아들 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방적인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총파업 등으로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이에 대해 경영계도 불만을 쏟아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영세 기업·소상공인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결정"이라며 "저성장과 메르스 사태 등에 따른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0.5% 수준의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가운데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경총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30인 미만 영세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액은 2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업계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중기중앙회는 "경기 상황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고려한 결정이지만 최저임금이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절박한 생존의 기로에 놓인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 등 중소기업계가 최저임금 인상의 전제로 요구해온 제도개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최저임금 영향률이 18%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심각한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에 의결된 2016년도 최저임금안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고시를 거쳐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에게 10일의 이의제기 기간이 주어지게 된다. 이후 다음달 5일 최종 결정·고시 될 예정이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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