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봐도 명분이 없다. 정치인이 정치적 선택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대의명분을 내세운다.아무런 명분 없이 실리만을 좇는 것은 올바른 정치인의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을 세 번 이나 지내고 경기지사를 두 번이나 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다. 그는 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현재 지역구 의원인 이한구 의원의 요청이 있었고 저 역시 정치인으로서 저를 필요로 하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곳에 출마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 한다”며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수도권 등 격전지에 나가지 않고 손쉬운 대구로 내려가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가 대구행을 택한 것은 자명하다.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에 당선 한 뒤, TK(대구·경북)룰 기반으로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것이다,
아마 그는 대선과 관련해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TK의 든든한 후원으로 대권을 거머쥐었듯이, 그도 ‘제2의 박근혜’를 꿈꾸는 것 같다. 다른 하나는 PK(부산·경남)의 맹주인 김무성 대표의 대항마로 부상해 영남의 지분을 반분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가 될수 없다. 박 대통령이 이 지역에서 콘크리트 지지층을 갖고 있는 것은 대통령 자신의 능력보다는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 때문이다.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정치인들은 비록 승산이 없더라도 과감히 사지(死地)에 도전장을 냄으로써 큰 정치인이 된다. 국민들은 그런 정치인들로부터 잔잔한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4월 총선에서 지역구인 서울 종로를 버리고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우며 부산 출마를 강행했다. 당시 측근들은 부산행을 간곡히 만류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신념을 꺾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선했다.
그러나 이후 노 전 대통령의 전국적인 인지도나 지명도는 더 높아졌다. 정치인 팬클럽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가 탄생한 것도 이 무렵이다.
김문수 전 지사는 한 때 ‘청빈한 보수’로 존경을 받았다. 그의 이름 석자 뒤에는 ‘노동운동의 대부’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으며, 각종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는 새누리당에서 몇 안되는 깨끗한 정치인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최근 행보를 보면 큰 정치인보다는 작은 정치인의 길을 가는 것 같다,
공교롭게도 그가 출마하는 대구 수성갑은 운동권 후배인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지역주의와 맞서 싸우고 있는 곳이다.
정치판이 아무리 비정하더라도 대구에서 ‘김문수-김부겸’의 싸움은 잘 못된 싸움인 것 같다. 단순히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우리 정치발전에 결코 도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권순철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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