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기업인협의회가 금강산관광 재개와 5·24 조치 해제, 투자기업을 위한 피해지원법 제정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7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당국은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며 진솔한 마음으로 대화해 달라”며 3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 협의회 소속 49개 기업들은 대부분 현대아산 협력사들이다. 금강산관광은 1998년 11월부터 2008년 7월까지 193만여명의 남측 관광객을 유치했으나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으로 중단돼 오는 12일로 중단 7년을 맞는다. 당초 정부는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사망사건 진상규명 ▲재발방지 ▲신변안전보장이라는 ‘3대 선결요건’이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2010년 천안함 사건 후 대북 제재를 목적으로 내려진 5·24 조치까지 겹치면서 문턱이 더 높아졌다. 정부는 금강산관광 재개와 5·24 조치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은 연계되어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종흥 금강산기업인협의회의 회장은 회견에서 “금강산 투자업체 49곳의 매출 손실액은 2015년 6월 기준으로 8000여억원”이라며 “관광 중단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졌고 관광 사업의 주체인 현대아산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으며, 강원도 고성군은 7년간 2725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관광 중단 직후부터 ‘재개가 쉽지 않으니 다른 사업을 하라’고 했더라면 이 자리에 없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홍익표 의원은 “현재로서는 관광이 재개돼도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회가 피해지원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최소한의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경협경제인연합회의 동방영만 회장은 “금강산 기업들과 일반 위탁가공업체 상당수는 5·24 조치 이후 매출이 감소하고 대출이 연체돼 신용불량자가 되고 세금 체납으로 사업자등록증까지 말소되는 바람에 정부 대출을 받을 자격을 잃었다”라며 “자본과 신용이 있는 회사들만 대출을 받았는데도 정부는 경협기업인들에게 엄청난 특혜를 준 것처럼 말한다”고 비판했다.
관광 사업의 주체인 현대아산은 중단 7년간 총 1조원 이상의 매출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열려라! 금강산’을 올해 슬로건으로 선포하고 관광 재개를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통일부 차관 출신으로 2008~2011년 사장을 역임했던 조건식 사장이 지난해 복귀해 사업 재개의 길을 찾고 있다. 그러나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에 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지 않고 남북관계 경색이 계속되고 있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금강산기업인협의회 주최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강산관광 중단 7년, 관광 재개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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