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다목적홀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확산 진원지로 지목된 삼성서울병원이 대대적인 혁신에 들어간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23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있었던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밝혔다.
송 원장은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쇄신위원회를 만들어 발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위기관리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발생 초기에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위기관리 시스템을 작동해야 했는데, 대응이나 노출격리자 선별과정에서 빈틈이 있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그는 "초기 발생 때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위기관리 시스템을 작동했어야 했는데 메르스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빈틈이 있었다"며 "이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우선 응급실 구조부터 개선할 방침이다. 응급실에서 슈퍼 전파자에 의한 대규모 감염이 메르스 사태 확산의 주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송 원장은 "응급실을 진료공간과 완전 분리하는 구조로 바꿀 것"이라며 "감염 환자가 일반 환자와 접촉하지 않도록 출입 공간을 따로 만들고 통로도 따로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환자가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마련하는 한편 음압시설도 보완할 계획이다. 송 원장은 "현재 음압 시설은 25병상을 갖추고 있다"며 "위기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해 전면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감염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삼성서울병원 자체적인 연구개발이 아닌 외부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 감염질환은 전세계 가장 큰 사망 원인이자 공공보건의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지만 예방과 치료가 미흡한 상황이다.
송 원장은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전세계적으로 우리보다 앞서 나간 병원이나 의료기관이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감염질환 예방에 기여하는 게 목표이므로 그들과 협력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사과와 개선책 발표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직 메르스의 확산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며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병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께 어떻게 거듭나겠다는 것을 밝히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격 의료를 정부에서 한시 허용한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있다는 지적에는 "병원에 다니던 많은 환자가 오지 못해 처방 약이 떨어진 것을 고려한 것"이라며 "현재 환자들에게 전화해서 안부를 묻고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처방전을 발행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어 처방 내용을 알려주고 인근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송 원장은 "우리 병원에서 워낙 많은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여러 번 사과를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메르스 사태 관련해서 국민 여러분들께 걱정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한편, 지난해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년 넘게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다. 메르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이 회장 거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조치 없이 그대로 입원하고 있다. 송 원장도 이 회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다"고 밝혔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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