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주류의 소주 ‘처음처럼’이 인체에 유해하거나 불법제조된 것으로 비방 광고한 하이트진로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4300만원을 부과했다.
2012년 3월 6일부터 같은해 5월 21일까지 서울, 경기 지역 등에서 '처음처럼 독', '불법제조' 등의 표현을 사용한 현수막과 전단지를 만들어 비방한 것에 대한 3년만의 판단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주류기업들의 물고 뜯는 경쟁사 비방전에 대해 일부 임직원을 처벌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던 과거와 달리 공정위가 직접 나서 징계를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반길 만한 판단이다. 비방을 자제하고 공정한 경쟁을 하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같은 판단에는 고질적인 주류업계 비방전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최근 비방전은 지난해 봄에 있었다. 오비맥주의 ‘카스 산화취 소동’이 맥주 판매 성수기를 앞둔 초여름에 발생했다. 하이트진로 본사와 대리점 직원 등 6명이 불구속 입건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오비맥주 입장에선 여름시즌을 날려버렸지만 보상은 없었다.
이전 2013년에는 롯데주류 임직원 17명이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에서 경유 냄새가 난다고 음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현재 수도권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 2개사, 맥주는 오비와 하이트, 롯데 등 3개사가 주도하고 있다. 한정된 내수 시장에 경쟁사가 2~3곳에 불과하다보니 상대의 시장 점유율이 오르는 만큼 자신의 점유율 하락이 실적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내가 못파는 만큼 남이 더 파는’ 국내 주류시장의 특수성이 잇따른 비방전을 불러오고 있다. 하지만 악성 루머를 유포하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은 몇 년이 흘러야 이뤄지기 때문에 ‘일단 퍼뜨리고 보자’는 식의 영업태가 유독 잦다.
또한 비방전을 개인의 일탈로 꼬리를 짜르며 임직원 기소로 마무리 됐던 것도 비방전을 부채질 한 요인이다.
이제 정부가 나서서 제재를 가하는 시대가 도래한 만큼 무분별한 상호 비방을 멈추고 주류업계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보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더 나아가 비방전에 대한 정부의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비방전은 결국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해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자제하지 못한다면 주류면허 취소라는 강력한 법적 제재로 막아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번의 비방으로 주류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면 삼진아웃제를 도입해서라도 주류면허를 취소까지 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형선고인 ‘주류면허 취소’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든다면 비장전은 저절로 자취를 감출 것이다.
생활부장 정헌철 hunchu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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