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인권운동가 레이첼 돌레잘이란 여성 때문에 미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트랜스젠더(성전환자)와 같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인종까지 선택할 수 있는 트랜스레이셜(인종초월·전환자)도 인정해야 한다는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백인인 돌레잘은 미국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스포캔시 지부장으로 활동하며 저명인사 대접을 받았다.
문제는 흑인의 피라곤 단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이 여성이 자신을 흑인이자 백인, 북미 원주민 혈통이라고 속여 왔다는 것이다. 검은 곱슬머리로, 햇볕에 그을린 얼굴엔 짙은 구릿빛 화장을 더해 흑인사회에 깊숙이 침투했다.
이런 거짓행각은 그녀와 불화를 겪던 어머니의 폭로로 세상에 드러났다. 이 후 백인 특유 주근깨 흰 얼굴에 금발인 그녀의 과거 사진이 공개 됐고, SNS에 흑인 남성과 찍은 사진을 올린 뒤 아버지라고 소개했던 일도 들통이 났다.
논란이 확산되자 그녀는 NAACP 지부장직에서 사퇴했다. 이를 두고 인종차별이 심각한 미국사회에서 오히려 흑인으로 살고자 한 그녀를 옹호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됐던 결국 거짓은 거짓이란 여론이 더 큰 듯하다.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심가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흑인인권이란 정의가 대중의 눈을 속인 자기 합리화에 묻혀 버린 것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흑인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진정성을 알아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는지.
우리 정책에도 합리화로 국민의 눈을 가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아파트가 잘 팔려 나가면서 정책이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자화자찬이 나오고 있다. 물론 최저금리 시대를 맞아 이참에 싼 이자로 집을 장만한 일부 수요자와 건설사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300조원(수도권 4월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을 떠안은, 월급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로 내야 하는 서민들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다. 당장 절실한 정책의 본질은 사탕발림에 사라졌다.
'뉴스테이'도 마찬가지다. 임대주택 정책에서 소외된 중산층을 위한 신개념 주택이라는 합리화의 이면에는 이정도론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서민 전세난이란 암 덩어리가 숨어 있다.
지금만 아니면 된다는 폭탄 돌리기는 말자.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을 위한 실체적 대안을 제시하자. 그게 힘들거든 본질이라도 흐리지 말고 함께 고민하자고 손 내밀어 보자.
박관종 건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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