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직선거법 심사위원회가 연2회 실시되는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및 지방의원의 재·보궐 선거를 1년에 한 번만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잠정합의했다. 심사위는 또 총선(4월)이나 지방선거(6월)가 있는 해에는 재·보선을 이들 선거와 함께 치르기로 했다.
정개특위는 연1회 실시 이유로 잦은 선거로 인한 재정적 부담과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들고 있다. 즉 기존 방식의 재·보선이 소모적이라며 정치개혁 차원에서 선거횟수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선거를 한 번에 몰아서 치른다고 해서 비용이 확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투표율이 총선이나 대선 때처럼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여야가 선거를 꺼리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국민들로부터의 심판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정당은 선거 때 마다 어느 당이 더 정치를 잘 하고 있는 지, 공약은 얼마만큼 지키고 있는 지 검증을 받는다.
특히 재·보선은 정부·여당에는 중간평가 역할을 해왔고, 야당에는 수권능력이 있는지 시험 받아왔다. 지난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 속에서 치러진 기초단체장 재·보선에서 거대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9곳의 기초단체장 선거 중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가 8곳에서 승리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적 동의라는 절차를 밟지 않고 속전속결로 쇠고기 수입을 밀어붙이다 민심의 이반을 맞은 것이다.
지난해 7·30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전국 15개 선거구 중 11곳에서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야당이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공천 잡음을 일으킴으로써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기 때문이다. 선거직후 김한길·안철수 지도부는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처럼 선거는 현존하는 민주주의 제도 중 국민의 의사를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수단이다. 일각에서는 선거 없이도 여론조사 등으로 민심을 잘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불완전한 것이다. 일례로 여론조사 기관마다 내놓는 결과물에 대한 응답률은 10%도 안된다. 조사기관이 100명에 전화를 걸면 성실하게 답해주는 사람이 10명도 안된다는 얘기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여론조사 기관들은 가중치 부여라는 편법을 동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재·보선은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다, 각 당이 승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투표율도 30% 정도는 된다.
정개특위 위원들은 진정한 정치개혁이 무엇인지, 선거를 왜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지 생각해 볼 때다.
권순철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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