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말도 안되는 황당한 얘기라고 생각하며 봤던 영화 '감기'처럼 한국에 상륙한 메르스는 국민과 국가, 나아가 국간간 갈등을 초래하는 재앙으로 번져가고 있다.
‘전염성이 낮다’, ‘3차 감염은 희박하다’는 당국의 설명은 국민들의 불신을 키웠고, 정부의 어이없는 대처에 외신들의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만평에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까지 동원해 "위원장님, 탈북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어요"라고 메르스 사태를 대놓고 풍자했고, 중국과 홍콩 언론의 반응은 훨씬 더 싸늘했다. 초기엔 메르스의 빠른 확산세에 대한 단순보도를 하는데 그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적절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운 한국 정부에 대해 집중 공격하며 국가 신인도 차원의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과연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메르스 대처는 어떻게 달랐던 걸까.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미국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2명의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으나, 의료 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확산 없이 조기에 통제됐다. 미국이 이렇게 메르스를 막아낸 것은 미리 짜놓은 매뉴얼과 의료진의 반복된 도상 훈련의 힘이었다. 중국의 대처법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한국 남성 김모씨가 중국에 입국하면서부터 시작된 철저한 중국의 방역조치를 보면 우리나라의 대응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알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제치고 세계 2위의 메르스 감염국이 된 한국과 달리 중동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메르스 감염 건수는 많아야 3~4명에 그친다.
이것은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의 문제다. 사실 과거 우리나라는 사스 방역 모범국으로 주변국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랬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조차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비밀주의 대응법은 국제사회의 골칫거리가 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엇박자는 여전히 사태를 키우고 있다. 10년사이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이 현격히 퇴보한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의료 선진국 자처하다 후진적 감염병 관리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며 국제 망신살만 사고 있는 대한민국. 왜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가는 것일까.
지난주 인터넷에선 실시간 검색어에 '코르스'가 올랐다. 메르스(MERS)에 중동(Middle East)이라는 의미를 빼고 한국(Korea)을 붙여 '코르스'로 바꾼 조롱 섞인 단어다. 이 부끄러운 단어가 국제사회에서만큼은 회자되지 않길 바란다.
김선영 국제팀장 ksycut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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