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메르스, 그들에겐 천운이다
2015-06-11 10:50:02 2015-06-11 10:50:02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엄습하면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확진 환자가 11일 오전 현재 122명에 달하고, 수도권을 넘어 전국 곳곳으로 확산세다. 그러면서 국민적 관심은 온통 메르스에 쏠렸다.
 
이 와중에 메르스를 하늘이 내려주신 천운(?)으로 여기고 반기는 사람들이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와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인사들이 아닐까 싶다.
 
특히 황교안 후보자는 ‘메르스 최대 수혜자’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들린다. 총리 후보자 신분이지만, 위상과 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도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황 후보자는 담마진이라는 피부병을 통한 병역면제, 변호사 시절 전관예우 논란, 편향적 종교관, 부동산 불법 다운계약서 등 자신을 향한 수많은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고 했지만 어느 것도 속시원히 해명된 게 없다. 특히 기업인 사면 관련해 자문한 사실마저 드러나면서 법조계로부터도 비판이 거세다.
 
실제로 황 후보자는 여야가 공동으로 의결한 자료 총 39건 중 24건(61.6%)을 제출하지 않았다. 전임 이완구 총리 사례는 반면교사가 돼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무엇을 그리도 숨기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국민의 눈과 귀가 메르스에 쏠린 사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얼버무린 셈이다. 결국 황 후보자 청문회는 ‘깜깜이 청문회’로 변질됐고, 자격없는 총리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올 상반기 정국을 뒤흔든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 6인(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이병기 현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도 ‘메르스의 수혜자들’로 꼽힌다.
 
최근 검찰 내부에서 “할 만큼 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서면조사 등 요식행위가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들에 대한 혐의를 밝히지 못하면서,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기회를 또 한 번 잃게 됐다.
 
이쯤 되면 ‘천운을 타고 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그들에게 메르스는 질병이 아닌, 새 삶을 준 생명수와 같아 보인다. 참으로 운 좋은 정권이다.
 
김영택 탐사보도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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