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컬럼)총리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2015-05-27 14:37:37 2015-05-27 22:40:11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국정의 2인자인 국무총리 자리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리가 돼버렸다.
 
총리가 오랫동안 비어있는데도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을 정도다. 
 
국민들도 익숙한 듯 국정공백을 걱정하지 않고 있고, 차기 총리를 고르느라 끙끙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되레 쓸데없는 에너지만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2인자를 용인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과 모든 정책 활동이 박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는 현 세태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총리가 없어도 나라가 돌아가는데는 문제가 없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의 잇따른 인사 참사다.
 
박근혜 정부 임기 절반동안 총리직에서 낙마한 인사는 5명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후보 였던 김용준 후보는 아들의 병역문제, 부동산문제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변호사 개업후 벌어들인 수임료가 문제가 되서 낙마했다.
 
문창극 후보는 식민사관을 그대로 드러내 국민들의 뭇매를 맞고 청문회장에 서보지도 못했다.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다시 총리직에 복귀하는 등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어렵사리 청문회를 통과했던 이완구 총리는 역대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도 후보자라는 꼬리를 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가 '공안 통치'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황 후보자와 관련해 법무법인 태평양과 법무장관을 넘나드는 ‘회전문’ 인사, ‘전관예우 수임료’, 국민 정서에 민감한 병역 면제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독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의 잔혹사가 계속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두 말할 것이 없이 대통령의 ‘수첩인사’로 대변되는 비밀주의 인사 때문이었다. 즉 박 대통령의 총리 인사 관련해서 그동안 누가 추천했는지, 어떤 검증과정을 거쳤는지 베일에 가려 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에 인사에서 현직 법무장관을 총리로 발탁시켰다. 박 대통령은 한번 검증 받은 인물을 다시 기용함으로써 지긋지긋한 ‘청문회 악몽’에서 벗어나려 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얼마 후에 판가름 날 것이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