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6자(남북한및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회담 수석대표들이 26일 서울에서 만나 북한 핵문제를 논의했다.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날 한·미, 한·일, 미·일 양자협의를 각각 벌인 뒤, 저녁에 모두 모여 업무만찬 시간을 가졌다. 3국 수석대표들의 만남은 1월 일본 도쿄 회동 후 4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공식적인 3국 협의는 27일 열린다.
이어 황준국 본부장과 성김 대표는 28∼29일 중국 베이징을 함께 방문해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잇따라 만난다. 현재는 한·중 및 미·중 양자협의만 계획되어 있다. 하지만 연쇄 회동을 통해 사실상 ‘한·미·중 3자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일 회동의 배경에 대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 등 북한의 위협 상황과 내부 정세에 대해 새로이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이 지난 20일 자신들의 핵무기가 ‘소형화·다종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번 회동의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지난 22일 “(한·미·일 3국은) 억지·압박·대화의 모든 측면에서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다각적 방안들을 심도 있게 협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억지·압박’만이 아니라 대화의 길도 찾아보겠다는 뜻이다.
8월 한·미 을지훈련이 벌어지면서 긴장 국면으로 돌아가기 전에 대화의 분위기를 만들어 놓기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도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과 조건 없이 만나 ‘탐색적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놓은 상태다.
그러나 임기를 1년 반 남겨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북핵 해결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들의 협의만으로는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재국이 되어야 할 한국 역시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채 중국의 역할만을 바라보고 있다.
거기에 ‘6자회담을 원하면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조건도 그대로인 상황에서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