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이후 복제약 위주의 국내 산업에서 오리지널약의 지위가 강화되자 정부는 형평성 차원에서 복제약 우대 정책을 도입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복제약 독점권(공식명 우선판매품목 허가)이다.
오리지널약을 상대로 특허 소송에서 이기면 일정기간 독점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 3월15일 기준으로 1600여개 품목에 대한 복제약 독점권 특허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최근 독점권 특허소송에서 이기고도 독점권을 부여받지 못하는 사례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제약사들은 시쳇말로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고 한다. 한미제약 등 일부 제약사들이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에 대한 특허 심판을 벌여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3년에 걸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결과였다. 하지만 보상은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약 안정성 조사를 위한 시판후조사(PMS)로 허가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PMS는 조사기간만 최소 4년에서 최대 6년이 걸린다. 프릴리지의 PMS는 6년이다. 오는 7월 만료된다.
7월 이후 PMS 허가신청이 받아들여져도 대법원 판결로 특허권이 사라지고 식약처의 특허목록집에서 삭제가 되는 프릴리지는 아무나 개발 할 수 있고 복제약 독점권이 부여되지 않는 맹점이 노출된 것이다.
1600여개 품목 중 이처럼 특허소송 기간과 PMS 기간이 부합하지 않을 경우 제2의 프릴리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제약사들 사이에서도 혼선이 일고 있다. 제약사들은 특허소송 시기를 어떤 기준에 맞춰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앞장서 국내 제약사들의 복제약 독점권 특허소송을 유도했던 제약협회도 당황스런 눈치다.
제약협회는 최근까지도 설명회를 열어 되도록 빨리 특허소송을 청구해야 한다고 특허전문가를 통해 밝힌바 있다.
제약협회는 최근 <뉴스토마토>를 통해 이런 문제들이 제기되자, 제도의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식약처에 질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빠른 특허소송이 독점권을 위한 필승 전략이라는 게 업계 정설이었던 만큼 제약협회에게도 빠른 입장 표명이 요구된다. 업계에선 이른 시일 안에 정부와 업계, 학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정헌철 뉴스토마토 생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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