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한반도는 동북아의 축인가, 동공인가?
2015-05-17 22:35:25 2015-05-18 01:14:33
지리적인 측면에서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의 축이 분명한데, 정치외교적인 측면에서도 축으로 인정받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든다. 역사적으로 한반도가 동북아 질서를 주도한 적이 없고, 동북아의 갈등과 대립의 원인이 되는 동시에 그 영향을 받아 왔다. 동북아 국가들의 세력 각축에서 침략과 분할통치의 방편이 되어 왔고, 특히 냉전시대에는 냉전 주도세력의 팽창을 위한 전쟁터가 되기도 했다.
 
냉전시대 동북아는 ‘북방3각관계’와 ‘남방3각관계’를 통해 분명한 세력분할이 이루어졌다. 한반도의 반쪽은 소련과 중국이 주도하는 북방3각관계에 포함되었다. 소련과 중국의 갈등과 분쟁관계에서 북한은 등거리 외교를 추진하며 공산진영 내에서 비정상적인 위상을 유지했다. 남한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기본으로 하면서 일본과는 미국을 통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이러한 점에서 동북아에 존재하는 두 가지 ‘3각관계’는 결속된 3각이 아니라 갈등과 대립이 내재하는 3각관계였다.
 
결국 한반도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진영 대립의 전초기지가 되었고, 남북한은 각기 양 진영에 깊숙하게 종속되었다. 이러한 강대국에 대한 의존적 관계 하에서 한반도는 냉전시대에 불완전했지만 동북아의 축 역할을 했다. 양 진영을 주도하는 미국과 소련은 자기 진영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남한과 북한이라는 전진기지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는 냉전을 심화하는 축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다.
 
한반도의 분단은 독일의 분단과 비교된다. 동북아에서의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독일은 유럽의 중심이었고, 동·서독 분단은 유럽의 분열을 상징했다. 남·북한이 냉전을 심화시키는 축으로서의 역할을 했다면, 동·서독은 양 진영을 연결시키고 화해시키는 축의 역할을 했다. 1972년 동·서독 정상회담과 기본조약 체결에 의한 화해와 협력은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등장과 1975년 헬싱키의정서 체결에 큰 역할을 했고, 1980년에 시작된 신냉전 시기에도 동서독은 정상회담과 협력을 계속하며 냉전 종식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2년 유럽연합이 탄생하는 데에 있어서도 독일 통일은 중요한 축이 되었다.
 
동북아의 중심인 한반도는 이러한 역할을 못했고, 냉전 종식 이후 동북아의 질서는 혼돈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냉전 시대의 초강대국 세력이 약화되었고, 냉전의 긴장과 대립이 이완되면서 중국과 일본의 패권경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중국이 동북아를 넘어 미국과 맞설 수준의 강국으로 등장하면서 일본은 중국에 대한 세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했다. 중국을 한편으로 하고, 미국과 일본을 다른 편으로 하는 세력균형이 모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반도가 동북아의 축이 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방안은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남·북한의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면, 미·일·중·러 모두 한반도의 중요성과 가치를 간과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는 미국의 한반도 개입 축소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한국과의 동맹 강화를 모색할 것이다. 이 경우 우리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한미동맹의 강화를 부탁하지 않아도 미국이 스스로 동맹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가 이루어지면, 일본은 북한의 핵개발과 호전성을 빌미로 추진하던 자국의 군사력 증강과 안보 위상 제고의 논리적 근거를 잃게 될 것이다. 북한의 개발에 대해 거의 독점적으로 개입해 북한에 영향력을 강화시키려는 중국과 러시아는 남·북한의 관계 개선으로 남한이 북한의 개발에 동참하게 되면 남한도 포함하는 다자적 관계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고, 남한의 역할과 가치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김계동 연세대 교수
이러한 점에서 한반도가 동북아의 축이 되고 주변국들이 간과할 수 없는 위상을 가지려면 남·북한 관계의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4개국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듯이 우리의 중요성을 인정해 달라는 외교를 하지 않아도 주변국들은 한반도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한국과의 외교관계 강화에 힘쓸 것이다.
 
김계동 연세대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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