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국내 조선 수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의 해양설비 발주가 급감한 데다,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에코십 수요마저 위축되면서 감소폭이 확대됐다. 특히 벌크선은 벌크 시황 악화로 사실상 발주가 중단됐다. 그나마 유조선과 LNG선 발주가 증가하며 수주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다.
3일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2015년도 1분기 조선해운시황 및 전망’에 따르면 국내 조선 산업의 1분기 수주량은 231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49.3%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주액은 49억8000만달러로 52.4% 급감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수주 감소폭 보다도 큰 것이다. 1분기 전 세계 신조선 수주량과 수주액은 각각 562만CGT, 120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수주량은 20.9%, 수주액은 37.5% 감소한 수준이다. 1분기 신조선가 지수는 전 분기 대비 3.2% 하락한 133포인트로 집계됐다.
글로벌 선사들의 발주 물량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선박 가격도 하락하면서 글로벌 조선업 시황이 더욱 악화됐다.
1분기 국내 조선업의 선종별 수주실적을 살펴보면 LNG선을 제외한 모든 선종이 감소세를 기록했다. LNG선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했다.
유조선의 경우 수에즈막스급 탱커의 수주가 전년 동기 대비 409%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VLCC의 수주 감소로 전체 탱커 수주는 11.7% 감소했다.
제품운반선 역시 LR2급 PC의 수주가 약 300% 증가했지만 전체 수주는 32% 줄었다. 컨테이너선은 1만TEU 이상 초대형 선박의 수주가 10.2% 증가했지만 전체 컨테이너선 수주는 9.6% 감소했다.
벌크선과 해양플랜트는 1분기 중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하며 극심한 부진을 기록했다.
특히 벌크선은 운임(BDI) 수준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발주가 뚝 끊겼다. 1분기 평균 BDI는 614.1로 전년 동기 대비 55.2% 하락했다. 벌크선 시황 부진은 중국의 석탄규제 등에 의한 수입량 둔화 등 수요측 부진에 주된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분기 건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297만CGT로 집계됐다. 이달 초 기준 국내 선박 수주잔량은 전 분기 대비 4.4% 감소한 3270만CGT를 기록했다. 건조량의 소폭 감소에도 불구하고 1분기 수주량이 큰 폭으로 줄면서 수주잔량 감소폭을 키웠다.
해양플랜트를 포함한 선박 수출은 건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1분기 선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2% 증가한 13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등 고가의 해양플랜트가 일부 인도됐고 LNG선, 드릴십 등 고가 물량이 인도되고 있어 수출액은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선업은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저유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해양플랜트 시장의 회복 가능성이 낮고, 에코십 투자수요마저 위축되는 등 악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용선료 상승에 따른 유조선 발주와 대형선박 운송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후발 발주자들의 수요가 기대되는 컨테이너선 시장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LNG선의 일부 발주가 예상되며 최근 수년간 많은 발주로 당분간 대규모 발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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