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방송 콘텐츠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테두리가 이르면 올 상반기 중 만들어진다. 음원이나 문학작품 등을 중심으로 저작권 보호 의식이 강화돼 왔지만 영상물에 대한 저작권 신탁단체가 설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11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이하 케이블협회)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방송저작권 활성화 세미나를 개최했다. 저작권 신탁단체 설립에 앞서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단체 설립의 필요성과 저작권 활용방안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황경일 PP저작권실무위원장이 케이블방송 저작권 신탁단체 사업계획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김진양기자)
케이블협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저작권실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경일 CJ E&M 부장은 "저작권 업무 담당자가 없는 중소 PP의 저작권 보호와 유료방송 중심의 저작권 자문기구 필요성에서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개별 PP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지역채널이 연간 제작하는 콘텐츠 수가 많지는 않지만 한 데 모으면 적지 않은 규모이기 때문에, 이를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송사가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목표다.
황 위원장은 "광고, 수신료, VOD에 한정됐던 매출원을 확대코자 신규 수익모델을 창출하려는 것"이라며 "기존의 저작권 시장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900억원의 추가 수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방송콘텐츠 저작권 침해 급증.."방치된 권리를 찾자"
저작권 신탁단체 설립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은 작년 4월 시작됐다. 이전에도 비슷한 논의는 꾸준히 있었지만 방송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디바이스가 다양해지고 콘텐츠 유통의 국가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저작권 침해 사례가 급증하는 만큼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황 위원장은 "지난 1월28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저작권 신탁단체 사업계획서를 전달했다"며 "가급적 6월 이전에 허가증을 발급받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현재 문체부는 신탁단체의 자금 조달 능력 등을 중심으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달 중 추가 미팅을 통해 막판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100%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시작하기를 원하는 문화부와 최소한의 필요한 시스템으로 시작해 점차 보완을 해나가겠다는 협회측의 의견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체부는 이 같은 입장 차이를 조정한 이후 온라인 접수를 통한 공식적인 신청 절차를 시작한다.
신설되는 저작권 신탁단체는 케이블 방송 뿐 아니라 독립제작사와 1인창작자들도 포괄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가 "방송 영상물에 대한 단체는 하나밖에 허가를 해줄 수 없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자체적인 저작권 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새 단체에 동참하지는 않는다.
신탁단체가 설립이 되면 방송권과 전송권에 한정됐던 방송콘텐츠 관련 저작권이 복제권, 공연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등으로 확대가 되면 콘텐츠 제작자들의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콘텐츠 활용도 쉽고 편리해져 산업 활성화도 유도할 수 있다.
◇케이블방송 저작권 신탁단체 설립 후 권리 변화.(자료=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스포츠경기 단체관람땐 '징수'..개인 창작 적극 지원
케이블방송 저작권 신탁단체가 설립된다면 지금과 무엇이 달라지게 될까.
우선은 호프집에서 야구나 축구 등 스포츠 경기를 단체로 관람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공연권에 따라 영리활동에 방송 영상물을 이용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찜질방 등에서 TV를 켜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기존 저작권 단체들이 했던 것처럼 소송으로 대응을 하기 보다는 미디어 홍보를 통해 의식을 바꿔나가는 쪽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유료방송 사용료를 가정과 영업용으로 이원화시키는 것도 고려 가능한 대안이다.
황 위원장은 "수도요금이나 전기요금도 가정용과 영업용은 차등을 둬 부과하고 있다"며 "영리활동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 유료방송에서도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콘텐츠에 대한 개인의 접근성이 높아져 영상 창작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회원사의 콘텐츠를 한 곳에 몰아놓고 일반 개인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기존의 영상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적발될 경우 방송사로 모든 수익이 귀속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방송콘텐츠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대신 방송사와 개인창작자가 절반씩 권리를 가져 창의적인 콘텐츠 재생산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게임하는 법, 화장하는 법 등 신변잡기적인 것에 치중돼 온 아프리카TV, 유튜브와 같은 다중채널네트워크(MCN)의 콘텐츠가 보다 다채로워질 전망이다.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 밖에 기존 콘텐츠를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해 정해진 요율로 구매하는 것, 웹하드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콘텐츠를 적발해 회원사에 수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 해외에서 콘텐츠가 합법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등이 가능해진다.
한편 이날의 세미나에서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한국음악실연자협회,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실연자협회 등 국내 주요 저작권 단체 관계자들이 저작권 보호 현황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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