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공원을 핵심으로 서울 도심 재생사업을 진행한다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29일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이 나갈 방향은 도시 재생이며 서울역 고가 공원화는 도시재생의 표상”이라며 “고가도로가 차량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시민이 머무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7017프로젝트’ 이름은 서울역 고가 도로가 1970년 만들어진 17m 높이의 고가도로라는 점과, 2017년 17개 보행로로 연결된다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서울시는 ‘7017프로젝트’에서 서울역 주변 뿐 아니라 용산, 효창공원, 독립문, 동대문역사문화공원까지 이어지는 도시재생사업 청사진을 그렸다.
박 시장은 “서울역 주변은 통행 불편으로 섬처럼 고립됐다. 문화 단절과 지역 쇠퇴가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도보로 퇴계로에서 서울역 반대편인 만리동까지 가려면 3번의 신호대기와 6개의 횡단보도를 지나야 된다. 시간은 대략 20~25분이 걸린다. 반면 고가도로를 보행로로 만들 경우 같은 거리를 8분만에 갈 수 있다,
박 시장은 “명동, 숭례문, 남대문 시장 등 관광 명소가 서울역 때문에 단절돼 시너지 효과가 없다. 이 모든 지역을 연결하는 핵심은 서울역 고가공원화에 있다”며 “주변 지역 재생과 부흥의 신호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 힘이 주변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가공원, 보행자 늘어 주변 상권 120% 성장"
‘7017프로젝트’는 서울역 고가를 단순한 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울역 주변 도보관광의 중심으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고가공원과 관광지·지하철·주변 건물 3~4층에서 바로 이어지는 17개 보행로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 고가와 연결 예정지는 ▲남대문시장 ▲회현동 ▲남산 ▲힐튼호텔 ▲남대문 ▲GS빌딩 ▲연세빌딩 ▲스퀘어빌딩 ▲지하철 ▲버스환승센터 ▲광장 ▲국제회의장 ▲공항터미널 ▲청파동 ▲만리동 ▲중림동 ▲서소문공원이다. 남대문 시장, 남산로와 이어지는 보행로를 만들기 위해 서울시는 퇴계로에 있는 고가 입구를 한양도성까지 연장할 방침이다.
◇서울역 고가공원 예상 연결로 지도(자료=서울시)
서울시는 관광명소들이 보행로로 연결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고가공원에 사람들이 모이고 주변으로 유동인구가 자연스럽게 퍼지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또 인왕산, 남산 한양도성, 효창공원, 용산공원, 덕수궁 등 주변 공원을 연결하는 녹지축이 구축된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비슷한 사례를 가져와 효과를 강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폐고가 철로를 공원으로 바꾼 뉴욕 하이라인파크 주변은 2003년보다 부동산 가치가 103% 상승했다. 새로운 일자리는 1만2000개가 새로 생겼다. 강 상부 도로복개구간을 공원으로 만든 프랑스 니스 프롬나드 빠이용 주변은 2011년보다 부동산 가치가 20% 증가했다.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공원 비용은 2124억원(사업베·유지관리비·교통지체비용)이 들지만 환경개선편익 3887억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보행량 증가로 남대문, 명동 등 주변 상권 매출은 102~12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역 주변 낙후지역 통합 재생
서울시는 고가공원을 통한 보행로가 생기면, 동서 지역간 소통이 쉬워지는 만큼 서울역 주변 지역을 통합 발전 정책 효과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남대문 시장과 중림동·만리동 등 서울역 서쪽 낙후지역 도시재생 사업도 본격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남대문시장 상권활성화를 위해 대중교통 접근성을 강화하겠디고 약속했다. 남대문시장을 경유하는 버스노선을 부활시키고, 남대문로에 집중된 광역버스, 공항버스 노선을 퇴계로로 분산할 계획이다.
서울역, 남대문시장, 명동, 남산을 관광루트로 조성하고 서울시티투어버스, 남산순환버스도 퇴계로에 정차시켜, 관광객 유입을 지원하는 방안도 세웠다. 남대문 인근 도로를 6차로에서 4차로로 줄이는 대신 주차장을 신설하고, 보도를 확장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9일 시청브리핑실에서 7017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News1
박 시장은 “고가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의 60%가 이 곳을 지나가는 차들이다. 지나가는 차량들은 우회로로 보내고 주변 상인들과 관광객들만이 오게 되면 도로를 줄이고 주차장을 늘리는 편이 지역에 더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역 주변 낙후지역을 개선하기 위해 중림동 봉제 사업 활성화 지원, 서계동 지구단위 계획 구역 보완, 중림동 청소차고지 이전 등을 약속했다. 또 북부역세권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서울시-코레일-민자사업자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도시계획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통혼잡, 우회경로·대체차로로 대비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공원 계획을발표했을 때부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차량들이 많이 이용하는 고가도로가 사라지면 교통혼잡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박 시장은 “청계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청계천을 만들 때도 교통혼잡에 대한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 청계천 때문에 서울시 교통이 지옥으로 변했다는 말은 없다. 뉴욕 맨하탄의 브로드웨이, 타임스퀘어도 차가 다니던 길을 인도로 바꿨지만 잘 운영되고 있다”며 교통 문제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서울시는 도로전광표지, 모바일앱, 교통방송 등을 통해 우회 정보를 안내할 계획이다. 도심 외곽에서 서울역 고가를 이용하던 차량들은 새문안로, 서소문로, 백범로 등으로 우회시키고, 원거리 차량은 강벽북로와 내부순환도로를 이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우회할 경우 평소보다 시간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호 서울시도시교통본부장은 “예상 시뮬레이션에서 우회도로 통과시간은 고가를 통하는 것보다 출퇴근 시간대는 약 7분, 일반 시간대는 3~4분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울역 주변 차량통행을 원활하기 위해 교차로와 도로를 보수할 계획도 내놨다. 의주로 지하차도는 평면 교차로로 변경해 중앙버스 전용차로와 연결한다. 중림동 교차로·염천교 교차로 등 도심 동서방향 간선는 보강한다. 갈월가도교·갈월지하차도는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한다. 또 중림동 봉제 업자들이 남대문 시장까지 빨리 갈 수 있도록 북부역세권에 대체교량을 만들 계획이다.
◇서울역 고가도록 폐쇄 이후 우회도록 계획(자료=서울시)
◇박원순 시장 “반대는 정책에 도움..소통 강화”
박 시장은 서울역 고가공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소통이 미흡했던 것을 사과했다. 박 시장은 “반대 의견은 정책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된다”며 “구청장, 주민들과 협의를 하지 않았던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앞으로 모든 단계에서 관계자들과 협의하고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소통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민위원회’, ‘고가산책단’을 운영해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월별, 분기별로 여론을 수렴한다. 또 향후 고가공원 운영에 시민 의견을 반영하는 창구 역할을 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역고가 재생 프로젝트가 서울 개발 패러다임을 전환한 상징적 사례가 되도록 시민과 함께 선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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