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방송화면 캡쳐)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몇 주 전 <무한도전>의 멤버 박명수와 정준하가 쭈꾸미를 잡다 시간이 남아 노래방에 가 90년대 가요를 부르다 갑작스럽게 생겨난 아이템이다. 이미 케이블 방송에서 한 번 시도했었던 아이템이기도 하다.
지난 27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특집은 그렇게 출발했다. 그 독특했던 출발이 <무한도전>의 위기설도 한 방에 날려버렸고, 시청자들을 가슴 찡하게 만들었다.
시청률도 놀라웠다. 20%에 육박한 19.8%(닐슨 코리아 전국 집계 기준)다. 이는 올해 <무한도전>이 기록한 최고 시청률이다. 이제는 그 어떤 예능프로그램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수치이기도 하다.
◇터보-김현정-SES-조성모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사진=MBC 방송화면 캡쳐)
지난 가을부터 <무한도전>은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을 섭외했다. 터보, SES, 김현정, 소찬휘, 조성모, 쿨, 지누션, 엄정화, 이정현, 김건모. 이름만 들어도 노랫소리가 절로 들리는 이름들이다. 정준하, 박명수와 함께하는 MC에는 '까만 콩' 이본을 불렀다.
각기 춤의 원조였던 김정남과 원조 '군통령' 김현정, 엄마가 된 뒤 방송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SES의 슈,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소찬휘, 중국활동에 매진한 이정현, 가수보다는 '기부천사'가 더 잘어울리는 션과 보이지 않았던 지누, 따로따로만 보였던 이재훈과 김성수, 가수보다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 잘 어울리는 엄정화, 콘서트 위주로 활동했던 조성모와 김건모까지 이들을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출연 가수들은 자신들이 지상파 방송국의 큰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에, 오랜 만에 관객들과 호흡한다는 것 자체에 기대감과 설렘이 커보였다. 또 오랜만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코끝이 찡한 듯 눈시울이 불거지는 모습은 이들이 서로를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진심으로 전달됐다. 이 장면에서 울컥했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이본이 사람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뒤돌아 서서 눈물을 보이는 모습에 다 같이 슬픔을 느끼는 얼굴은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복고가 가진 힘을 제작진은 정확히 알고 있어보였다.
27일 방송분 초반이 감동이었다면 무대가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축제였다. 김태호 PD를 필두로한 제작진은 90년대 무대를 완벽히 재현했다. 무대 앞 라인을 TV로 쌓아올린 지점이나, 다소 세련되지 않은 무대화면 색깔, 그당시 즐겨보였던 360도 회전 카메라 기법, 당시 자막으로 쓰이던 폰트, 방송 중간에 촬영 장소를 알려주던 옛 방식까지 하나 하나 90년대로 옮겨놨다.
◇지누션-엄정화-김건모(왼쪽위부터), 소찬휘-이정현-쿨(오른쪽 위부터) (사진=MBC방송화면 캡쳐)
반응은 뜨겁다. 김현정이 얼굴을 비춘다는 소식에 <무한도전>은 재미없다고 한 부모님이 밥 먹다 말고 젓가락을 쥔채 TV 앞에 서 있는 SNS 멘션은 화제가 됐고, 각종 게시판에는 <무한도전>이 안긴 향수에 맞춰 그 시절 자신이 있었던 에피소드를 전하는 누리꾼들이 적지 않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맞춰 <무한도전>이 준 선물은 90년대의 추억여행이었다.
내년 첫 <무한도전>에 대한 기대도 높을 수 밖에 없다. 아직 일곱팀이나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음 주 방송은 20%를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이날 보여준 퍼포먼스가 워낙 화려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열기라면 '토토가' 역시 '무한도전 가요제'처럼 2년에 한 번씩 시즌제로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김정남과 슈가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시즌2'를 거론했던 것처럼 대중도 그것을 원하지 않을까. <무한도전>에는 '토토가'라는 또 하나의 레전드 특집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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