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스틸컷 (사진제공=MBC)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저희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잖아요."
이 말은 지난 6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 "여기서 매일매일 일하는 거 정말, 힘든 줄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라고 900m 지하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에게 유재석이 걱정을 표할 때 한 광부가 무덤덤하게 던진 말이다. 스치는 듯한 이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이날 유재석과 차승원이 내려간 탄광은 시청자가 보는 것도 힘들었다. '헉헉'대는 숨소리가 현장의 어려움을 느끼게 했고, 유재석과 차승원을 비추는 카메라 안에서 움직이는 먼지들도 같은 느낌을 전달했다. "저긴 정말 가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버거운 공간이었다.
차승원은 카메라 VJ에게 "카메라 들고 있는 거 안 힘드냐"면서 "난 지금 연예계 생활 20년 중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무모한 도전> 때 일일 게스트로 나섰던 차승원은 당시에도 촬영을 버거워 했다. 노홍철의 쉬지 않고 떠드는 목소리에 지쳤고, 의미 없이 빨리 해야만 하는 제작진의 미션에 힘들어 했다. '자양강장제'를 찾으면서 자신의 힘듬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 때는 방송인으로서의 예능감이 섞여있었다. 반면 6일 차승원의 모습은 한 인간으로서 '막장'이 얼마나 힘든 곳인지를 그대로 전달했다.
<무한도전>은 유재석이 제시한 '극한알바'를 특집으로 꾸며졌다. 유재석과 차승원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 하하는 택배 알바를 했고, 정준하는 텔레마케터가 됐다. 정형돈은 통영의 굴 공장으로 가서 10kg의 굴을 깠다. 앞서 박명수는 63빌딩의 유리창을 닦았다.
하하는 일을 하는 내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했다. "편히 산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돌아온 답은 "우리나라가 잘 살아졌다지만, 구석구석 가보면 더 힘든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여기가 극한이라고 하는데 이거는 극한까지는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연신 허리를 구부리며 괴물처럼 밀려오는 박스를 옮기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는 해본 사람만이 짐작할 것이다.
굴 까는 작업을 한 정형돈은 "이 일은 어머님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거 까면 우리 아이 고등학교, 이거 까면 우리 아이 수학여행비라는 생각에 어머니들이 12시간 동안 작업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잠깐 동안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추는 어머니들에 모습에서 평소 겪지 못했던 행복감이 전해졌다.
정준하는 텔레마케터 일을 체험하며 "죄송합니다"만 연발했다. 서비스업을 하면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요구에 응대하는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일처리가 미흡했을 때 돌아오는 날카로운 반응에 정준하는 당황하기 일쑤였다. 수 없이 죄송을 연발한 뒤 단 한 번 '제가 더 감사합니다'를 듣는 장면에서 괜한 감동이 밀려왔다.
이날 <무한도전>은 따뜻한 겨울을 나게 해준 연탄과 식탁에 오르는 굴 한점, 늦게 온다며 투덜대기도 했던 택배, 조급함에 괜히 성질을 내기도 했던 텔레마케터까지 우리가 흔히 겪고 있는 일상을 되짚었다. 연탄 한 장을 위해, 굴 한점을 위해, 택배 물건을 위해,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고생스럽게 일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날 멤버들은 크게 웃기려하지 않았다. 오버하는 액션도 없었고, 말장난도 그간의 방송에 비하면 적었다. 일터에서 틈이 날 때 예능감을 드러내려고도 했지만 금방 겸연한 자세로 일에만 몰두했다.
'남 일은 잘 모르는' 우리들에게 각 직업의 현장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몸소 느끼게하는 시간이었다. 차승원을 비롯해 <무한도전> 멤버들은 "존경한다"면서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자신도 모르게 숙연한 자세를 보인 것에 방송을 본 멤버들도 놀라지 않았을까.
방송이 끝날 무렵 유재석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 시간"이라며 "초심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감사해야 돼. 감사하면서 살아야 돼." 차승원의 말이 계속 귀에 울리는 것은 그 간의 삶을 반성하게 돼서가 아닐까. 초심을 깨닫게 한 <무한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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