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올해 우리나라 무역규모가 사상 최대 실적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까지 누적 무역규모가 사상 최단기로 1조달러를 돌파한 데다 반도체와 기계, 철강 등을 주력 수출품도 미국과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선전 중이어서다.
그러나 내년 무역동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황형 흑자 기조가 확연하게 개선되지 않고 내년도 세계 무역동향과 산업동향도 낙관적이지만 않아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4년 11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9% 감소한 469억9900만달러, 수입은 4.0% 내린 413억8400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11월 무역수지는 56억600만달러로, 34개월째 흑자를 이었다. 또 11월까지 누적 무역규모 1조56억만달러를 기록해 2011년 이후 4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대해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세계 교역이 둔화됐음에도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보다 늘었고 철강과 반도체, 조선 등 주요 수출품목이 선전했으며 중소·중견기업의 수출도 호조세를 나타낸 덕분"이라며 "올해 총 무역규모는 1조1000억달러를 내외를 달성하는 등 사상 최대의 무역규모, 수출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올해를 한달 남겨 둔 상황에서 세계 무역동향과 산업동향을 본다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수출 호조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우선 불황형 흑자 기조가 심상치 않다. 불황형 흑자란, 한 나라의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 때 수출과 수입이 함께 둔화되고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외견상 흑자인 상태다.
실제로 11월 수출과 수입실적만 봐도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9% 감소한 가운데 수입은 그보다 더 큰 폭(-4.0%) 감소해 무역흑자가 이룬 모양새를 보였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불황형 흑자론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권평오 무역투자실장은 "지금 항간에서는 최근에 우리 무역흑자가 많이 늘어나는 현상을 두고 불황형 흑자가 아닌가 하는 지적이 늘었다"며 "올해 11월까지 누적 수출증가율이 2.4%고 일평균 수출액도 늘어 불황형 흑자라고 표현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이후 장기 무역동향을 보면 5년간 수출이 573억달러 늘 때 수입은 566억달러 올랐다. 정부가 매분기 또는 해마다 '최대 실적'이라고 무역성과를 자랑하지만 그런 만큼 수출이 많이 늘어난 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수입 증가가 둔화됐던 셈이다.
◇2010년 이후 최근 5년간 수출·입 동향(자료=산업통상자원부, 관세청)
내년 무역동향을 낙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세계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세계경제의 장기정체론(secular stagnation thesis)'이 대두되고, 실제로 세계 교역증가율이 2%도 안 될 정도로 정체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보면 전세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009년~2014년에는 2.9%에 머물렀다"며 "외국에서는 노동시장의 이력현상과 잠재성장률 하락, 마이너스 국내총생산갭(실제 경제성장이 잠재 성장을 밑도는 현상) 지속 등으로 세계 경제성장이 장기 정체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한다"고 말했다.
국내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주인 요인이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경제상황과 세계 교역증가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은 우리나라 수출이 늘었고 무역규모도 커졌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출 부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수출시장에서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엔저도 문제다. 현대경제연구원 측 분석에 따르면, 내년도 원화 환율이 100엔당 평균 950원으로 내릴 경우 우리나라 총수출은 약 4%까지 줄고, 원화 환율이 100엔당 900원이 되면 8%대 급감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산업연구원 역시 정유와 자동차, 조선 분야에서는 엔저로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가격경쟁이 일어날 경우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증가율과 수출 비중이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나 중소·중견기업은 여전히 경영난을 호소한다는 점에서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 자료를 보면 올해 9월까지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은 5.7% 늘었지만 제조업체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올해 내내 한번도 기준치 100을 넘지 못했다.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됐고 100 아래면 경기가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은 정부의 해외 판로지원이 부족하고 경기침체로 매출 증가 폭이 매년 감소한다고 토로했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이 늘어났다고 해도 그 혜택이 중소기업 경기회복에까지 연결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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