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27주기 추모식이 열린 19일 오전 경기도 용인 선영으로 호암의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걸어가고 있다.ⓒ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19일 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27주기를 맞았지만 범 삼성가(家) 후손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다.
삼성과 CJ, 신세계, 한솔 등 그룹사별로 추모식이 따로 열렸고, 가족들만 모여 지내는 제사는 삼성그룹이 사실상 불참하면서 반쪽으로 진행됐다. 후계자와 장손은 건강악화로 병상에서 27주기를 맞았다.
삼성그룹은 이날 오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선영에서 별도의 추모식을 진행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처음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모식을 주관했고,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이 참석했다.
또 최지성 삼성그룹 부회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그룹 사장단이 이날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 직후 선영에 모여 추모식에 동참했다.
고인의 후계자인 이건희 회장은 지난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여전히 인지기능 등 의식회복을 하지 못하고 장기입원중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추모식에도 미국 체류 중이라 불참했다.
CJ그룹과 한솔그룹 등은 삼성그룹과 별도로 이날 오후에 추모식을 가졌다. 수백억원대 횡령·배임과 조세포탈혐의로 재판중인 이재현 회장은 건강문제로 추모식에 불참했다.
고인의 장손인 이 회장은 신부전증으로 지난해 부인으로부터 신장이식을 받았으나 이후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고, 근육이 위축되는 유전병 샤르콧 마리투스병까지 앓고 있다.
서울대병원에 입원중인 이 회장은 2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건강상태를 감안해 구속집행이 정지중이며, 이날 대법원으로부터 내년 3월말까지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허가받았다. 재판부가 이 회장의 주거지를 서울대병원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사실상 법적으로도 참석이 불가능했다.
추모식과 별도로 오후 6시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가족들만 모여 지내는 제사에서도 후손들이 한자리에 앉지는 못했다.
이건희 회장은 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상속분쟁이 있었던 2012년 이전에는 제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으나 분쟁이후에는 참석하지 않고 있고, 장손인 이재현 회장은 건강이 악화된 이후 지난해부터 이미 제주를 아들인 선호씨에게 넘겼다. 이번 제사도 이선호씨가 제주를 맡았다.
삼성에서는 홍라희 관장과 이서현 사장이 제사에 참석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은 불참했다. 홍 관장과 이서현 사장은 지난해에도 참석했고, 이재용·이부진 남매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불참이다. 사실상 삼성 경영권 승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은 2012년 이전까지는 거의 매년 제사에 참석했다.
이건희 회장 부재 이후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재용, 이부진 남매의 제사불참이 이어지면서 삼성과 CJ간의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8월 이재현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가가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두 그룹 사이에 화해무드가 조성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신세계그룹에서는 고인의 딸인 이명희 회장과 외손녀인 정유경 부사장이 제사에 참석했고, 한솔그룹에서는 이인희 고문과 조동길 회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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