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조현룡(69) 새누리당 의원의 공판을 진행 중인 재판부가 1억원을 주고 받았던 식당을 직접 찾았다.
법정에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 탓에 식당을 찾아 당시 상황을 떠올리고 종업원의 증언을 듣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19일 오후 3시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소재 한 한식집에서 39분간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이날 이범균 부장판사와 이보형 판사, 오대석 판사 등 재판부를 비롯해 조 의원 측 변호인 5명이 참석했다.
재판부는 지난 2010년 1월8일부터 이 식당에서 근무한 장 모 매니저의 진술이 증거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 장 매니저를 법정 증인으로 진행했다. 법정에서 마찬가지로 장 매니저는 식당에서 선서를 한 후 증언을 시작했다.
◇조현룡 의원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19일 오후 3시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한 일식집에서 39분간 현장검증을 진행했다.(사진=뉴스토마토)
장 매니저에 따르면 이 식당은 개점 후 중앙에 위치한 유리홀에 기존에 없던 방음용 종이를 덧댔다. 소리가 울린다는 손님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이를 제외하고서 2011년 12월 이후 내부구조를 변경한 적은 없다.
전체 구조를 보면 양쪽 사이드에 폐쇄형 룸이 위치하고, 중간에는 홀이 위치해 있다. 홀이라고 불리지만 문으로 격리돼 있고, 종이 때문에 내부 상황을 식별할 수 없다.
문을 완전히 닫으면 3센티미터 정도 유리 공간이 생겨 내부가 보인다. 하지만 닫은 상태에서는 안에 누가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게 돼 있다.
앞선 공판에서 이 전 대표는 돈을 준 곳을 설명하면서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등 뒤에 문이 있었다"며 "오른쪽에서 직원이 서빙을 했기 때문에 왼편에 돈이 든 와인을 놔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등 뒤에 문있는 곳은 없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이 구조가 맞다"면서 "법정에서 설명할 때도 왼쪽 뒤편이라는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즉, 홀에 들어가려면 미닫이 문을 왼쪽으로 밀어야하는데, 문이 열리고 닫히는 부분에 이 전 대표가 앉았다는 것이다. 문이 겹쳐지는 부분에 조 의원이 앉고, 맞은편에 본인이 앉다보니 미닫이 문이 전부 열려도 이 전 대표 입장에서는 왼쪽 뒤까지만 문이 열리고 닫혔던 것이다.
◇조 의원과 이 전 삼표이앤씨 대표가 만나 돈을 주고 받은 장소(사진=뉴스토마토)
이 전 대표가 조 의원을 만났다고 지목한 곳은 4인용 테이블이 두 개가 있다. 중간에 칸막이를 마련해서 서로 방해받지 않고 식사할 수 있게 했다. 단, 일행일 경우 중간에 칸막이를 치워주기도 한다.
이 전 대표는 "3년 전 일이라서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며 "테이블이 길게 있어서 4명이 앉을 수 있던 것으로만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대표가 들른 와인숍과 식당을 오간 경로를 직접 가보며 사진을 남겼다.
조 의원은 삼표이앤씨로부터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성능검증을 통과하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철도건설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입법 활동에 대한 대가로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달 31일 증인으로 출석한 삼표이앤씨 이창배 전 대표가 조 의원에게 1억원의 현금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일식당의 밀폐된 방에서 조 의원에게 1억원을 건넸다"며 "와인을 준비해서 여기에 1억원을 담아서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PST 국산화 과정에서 도움받은 게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있었고 훌륭한 분이 국가에 기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회의원 활동으로 인해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고 1억원을 준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식당의 구체적인 위치와 구조 등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측은 "부정청탁을 받은 적이 없고 특혜를 준 사실도 없다"며 이 전 대표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부인했다.
다음달 1일 오전 10시 진행되는 공판기일에는 증인 신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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