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단원고 학생 등 승객을 남겨두고 탈출한 이준석 선장에게 적용된 살인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방식으로 세월호 승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선원들 대부분이 살인죄를 비켜갔다.
선원들이 고의로 세월호 승객들을 살해한 것이 아니라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이다. 304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살인범이 없다고 인정된 셈이다.
다만 법원은 동료를 구하지 않고 혼자 빠져나온 기관장 박 모씨에게만 살인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임정엽 부장)는 11일 이 선장과 강모 1등 항해사, 김모 2등 항해사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추가로 적용된 유기치사상 혐의 등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했다.
이 선장 등의 살인죄를 인정하려면 미필적으로나마 갖고 있던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해야 했다.
재판부는 "퇴선을 지시했다"고 한 이 선장의 법정진술을 인정하고 살인 혐의를 무죄로 봤다.
이 선장 등이 승객들을 사망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세월호를 탈출한 게 아니라는 판단이다.
앞서 이 선장은 검찰조사에서 퇴선 지시를 하지 않고, 자신이 살기 위해 탈출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말을 바꿨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피고인 이준석이 수사기관에서 반복적으로 장시간 조사 받은 점 등에 비춰 검찰에서 사실 그대로 진술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진도VTS(해상교통센터) 교신파일과 피고인들의 법정 진술 등을 종합해 이 선장의 퇴선지시를 인정했다.
이 선장에게서 퇴선명령을 받은 바 없다는 선원의 진술이 나왔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실제로는 퇴선명령이 내려졌으나 듣지 못했을 수 있고, 당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사고 이후 해경의 구조활동이 이루져 승객이 구출될 것으로 기대한 점도 근거로 댔다.
이날 선고를 받은 세월호 선원 15명 가운데 살인죄가 인정된 피고인은 박모 기관장이 유일하다.
검찰은 박 기관장이 부상한 승무원 2명을 보고도 자신만 홀로 침몰하는 배를 탈출한 것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박 기관장이 해경에 구조될 당시 두고 나온 동료 2명의 구조를 요청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살인의 유죄를 인정했다.
박 기관장에게 이 선장 등과 같은 '승객 살인' 혐의도 함께 적용됐으나 같은 이유로 무죄가 났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살인 혐의에 대한 미필적 고의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 의심할 여지 없을 정도로 증명력 있는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증거가 없으면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선장에게 추가로 적용된 유기치사상·업무상 과실선박매몰·선원법위반·해양환경관리법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고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형인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이 선장 등과 함께 살인죄로 기소된 강 모 1등항해사와 김 모 2등항해사도 살인죄가 아닌 유기치사상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0년과 징역 15년씩을 각각 선고받았다.
유기치사상 혐의와 동료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박 기관장에게는 더 무거운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이 선장에게 사형을, 나머지 살인 혐의가 적용된 선원 3명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속옷 입은 남성)가 지난 4월16일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탈출하고 있다.(사진=서해해양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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