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고공행진은 여러 모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외국에서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IT회사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유일하다. 아울러 재벌이 아닌 벤처회사가 시가총액 10위권에 진입한 경우도 처음이다.
그러나 그간 자본시장에서 네이버의 행보는 순탄치 못했다. 또 모든 벤처회사의 숙원이라 할 수 있는 코스닥 상장심의에 통과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네이버는 99년 삼성SDS 사내벤처로 출발한 회사다. “인터넷시대, 국내에서도 제대로 된 검색엔진이 필요하다”는 비전 아래 등장했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야후, 심마니, 알타비스타가 이미 시장을 선점했으며 다음, 네띠앙, 라이코스, 엠파스, 한미르 등 비슷한 서비스가 우르르 등장했다.
경쟁은 날로 심화됐다. 이해진 의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집에 가면 우리 꼬마도 ‘잘했어! 라이코스!’라는 TV광고를 따라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 이해진 네이버 의장 (사진=뉴스토마토)
네이버는 좋은 검색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판단하고, 자본조달과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것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먼저 99년 11월 한국기술투자로부터 100억원, 2000년 4월 새롬기술로부터 250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이어 게임포털 한게임, 온라인 마케팅회사 원큐, 검색기술회사 서치솔루션을 주식교환 형태로 흡수합병했다. 3사와 합친 것은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우수 개발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투자는 창업자의 지분율을 감소시키고 독립적인 의사결정권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측면이 분명 존재했다. 게다가 네이버는 이미 상당 주식을 삼성SDS에 양보한 상태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 의장은 생존과 미래성공을 더 중요한 가치라고 봤다.
그 다음으로 준비한 것은 코스닥 상장이었다.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인터넷 비즈니스 특성상 공개시장 입성은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꼭 필요했다. 네이버는 이미 2002년 상반기 매출 3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주요 주주 중 하나였던 새롬기술이 “3사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투자계약서에 명시된 사전협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반대표를 던져 문제가 생겼다. 결국 네이버는 2번에 걸쳐 재심의 판정을 받았고 상장의 꿈은 멀어졌다.
◇ 네이버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피투자사의 공개시장 입성을 막는 행위는 이해하기 힘든 처사였다. 반대이유로 내세운 3사 합병은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었으며 시장경쟁이 날로 격화되는 상황에서 주주간 분쟁은 자칫 파국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새롬기술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을 두고 실적악화, 경영권 분쟁 등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 추정했다.
이에 이해진 의장은 지분율 1.6%에 해당하는 본인 소유주식을 싼값에 새롬기술에 넘기기로 합의, 분쟁을 마무리지었다.
사실 파트너사와의 분쟁을 창업자 개인재산으로 해결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게다가 이해진 의장은 여러 차례 투자를 받으면서 불과 10% 조금 넘는 지분율을 보유, 최대주주라고 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회사 초창기 멤버였던 홍준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본부장은 “건전한 기업가로서 이 의장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새롬기술은 9억원으로 12만2971주를 확보했고, 보호예수가 풀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여러 차례 걸쳐 이를 184억원에 매각했다. 이때 실현차익을 계산하면 175억원, 현재가로는 4000억원에 육박한다.
문제를 해결한 네이버는 딱 12년 전인 2002년 8월14일, 코스닥 예비심사에 극적으로 통과했다. 그리고 450억원의 공모금을 유치, 사업 고도화에 박차를 가했다. 사실 검색시장 판도변화를 이끈 지식인 서비스의 성공도 상장과 무관하지 않다.
◇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 초창기 광고 (사진=뉴스토마토)
네이버는 지식인 서비스 오픈 전에 수백명의 인력을 고용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오픈 후에는 대대적인 광고마케팅에 나서는 등 많은 돈을 썼다. 대규모 공모금이 이를 받쳐줬다.
이제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의 목표가를 100만원 이상으로 책정, 앞으로 분위기가 더욱 좋을 것이라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전망대로라면 시총 40~50조원을 넘어서며 삼성전자, 현대차를 잇는 ‘빅3’ 기업 중 하나가 된다. 자본시장에서 네이버의 행보는 ‘미약한 처음, 창대한 끝’인 셈이다.
다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 의장의 지분율이 4%에 불과해져, 절대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오히려 이를 이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늘 안주하지 않고 사업에 몰두하면 자연스럽게 주주와 파트너사들로부터 리더십을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황인준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단순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핵심역량에만 사업을 집중, PC와 모바일 모두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지속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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